[세상에 말걸기-김나래] 인사 잔혹사와 공정 잣대 기사의 사진

국회 인사청문회 때만큼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말을 떠올리게 되는 때도 없다. 위장 전입, 논문 표절, 이번에 논란이 된 전관예우까지 공수(攻守) 위치 변화에 따라 여당과 야당은 수시로 입장을 바꿔왔다. 민주당 대변인들이 이번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낸 논평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참여정부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의 논평과 큰 차이가 없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를 둘러싼 일련의 사태를 놓고 새해 벽두부터 정치권이 시끌시끌하다. 그 과정에 대한 여러 ‘정치공학적’ 해석·분석과 별도로 눈에 띄는 몇몇 대목이 있다. 먼저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의 경우다. 그는 10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2003년 9월 26일 윤성식 감사원장 후보자를 본회의에서 한나라당이 주도해 부결시켰다. 당시 이유가 윤 후보자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신의 백면서생이라는 점이었다. 7년 뒤인 지금 되새겨 보면 정동기 후보자 역시 인수위 출신 아니냐. 정 후보자가 안 되는 첫 번째 이유가 바로 이거다”라고 했다. 야당이던 한나라당은 당시 윤 후보자가 개인적인 흠결이 많지 않았지만 인수위 출신에 노무현 대통령과 가까운 교수였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그때와 같은 잣대를 들이댈 때 정 후보자를 통과시키기 어렵다는 얘기다.

또 다른 장면 하나. 한나라당 사법제도개선특위 소속인 주성영 의원은 “전관예우 전력이 있는 사람이 감사원장이 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조인 출신 의원들이 전관예우라는 이슈 앞에선 다소 소극적으로 대해왔다는 점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다. 사실 주 의원은 17대 야당 의원 시절부터 전관예우를 비판해왔고, 이용훈 대법원장과 박시환 대법관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주 의원은 “과거 이 대법원장과 박 대법관의 전관예우는 더했는데도 임명이 됐다”며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도 전관예우 얘기를 할 때는 좀 반성해야 한다”는 얘기도 했다. 한나라당 사개특위가 지난해 3월 전관예우 관행 방지책의 일환으로 ‘판·검사가 퇴직 전 1년간 근무했던 법원·검찰청 관할 지역의 사건을 퇴직 후 1년간 수임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내용의 변호사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던 것을 기억하는 사람에게는 어쩌면 그의 발언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한나라당 소장파 모임 ‘민본21’의 한 의원은 “그동안 이중 잣대를 들이대는 행태에 어느 누구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았지만 우리 사회의 도덕적 기준이 높아진 만큼 이제는 좀더 엄격하게 적용할 때가 됐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나라당 스스로 불이익을 감수할 때가 됐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이중 잣대’ 포기는 기존에 누렸던 이익을 일정 부분 포기해야 한다는 점에서 쉽지 않다. 정치권이 아니라 누구라도, 내가 아니라 남이 한 일에 대해서는 더 유난히 따지고 크게 느끼는 게 사람이니 말이다.

이 건을 계기로 이중 잣대에 대한 정치권의 시각이 달라졌다고 보는 건 무리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인사청문회 때마다 입장을 바꾸며 딴소리를 내서 국민의 불신을 자초해 온 정치권이 조금은 달라지는 게 아닐까라는 기대를 접고 싶진 않다.

아울러 이런 정치권의 분위기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8·15 경축사에서 천명한 ‘공정한 사회’ 기조가 일조했음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국민이 원하는 공정사회의 눈높이는 단지 후보자의 기준만이 아니고 들이대는 잣대에도 동일하게 적용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야당이 아니라 여당 배은희 대변인이 지난해 9월 내놨던 논평의 한 대목이다.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줄줄이 낙마한 공직 후보자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일지 모르겠으나 ‘후보자 임명→논란→낙마’를 반복한 ‘인사 잔혹사’를 통해 정치권 스스로 ‘공정 잣대’의 기준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김나래 정치부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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