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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의 사계] 근정전의 웃는 토끼

[고궁의 사계] 근정전의 웃는 토끼 기사의 사진

토끼해에 토끼 이야기가 많다. 이야기의 대종은 토끼 캐릭터다. 캐릭터는 상업용으로 만든 것이다. 그림책과 TV에 자주 나오는 서양의 미피, 한국의 마시마로와 아로미가 대표적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니 어른들도 그런가 여기지만, 이미지는 이미지일 뿐이다.

우리 고유의 토끼상 가운데 가장 멋진 놈은 없을까. 경복궁에 있다. 근정전 주변에는 두 겹의 월대가 둘러쳐져 있는데, 아래쪽 월대 동쪽 난간에 조신하게 앉아 있는 토끼가 주인공이다. 토끼 한 쌍 주변에는 십이지신상의 소와 뱀이 좌정하고 있다. 남쪽은 말, 서쪽은 양과 원숭이, 북쪽은 쥐가 나눠 근정전을 지킨다.

근정전 토끼는 조형성이 뛰어나다. 동물을 의인화한 수관인신(獸冠人身)의 형태 속에 소박하고 정겹고 지혜로운 토끼의 심성을 담았다. 만면에 웃음을 띤 채 서로 마주 보는 모습이 푸근하다. 자세는 안정되고 표정은 여유롭다. 돌의 질감도 좋다. 설날 경복궁을 찾는 사람에게 근정전 토끼와의 만남을 권한다.

손수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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