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임한창] 죽여야 산다? 기사의 사진

교회에도 구제역이 창궐하고 있다. 강력한 독성과 전염성을 가진 바이러스로 인해 교회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것은 교회를 병들게 하고, 교인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준다. 이 무서운 바이러스의 이름은 맘몬이즘과 음란과 폭력성이다. 많은 교회가 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여리고성처럼 무너지고 있다.

2011년 새해 첫 주일에 발생한 소망교회 폭행사건은 충격적이었다. 폭행을 당해 얼굴이 퉁퉁 부은 성직자의 모습은 경악 그 자체였다. 가해자가 누구인가. 그 교회 부목사였다.

소망교회가 어떤 곳인가. 부유하고 학식 높은 신자가 많은 교회요, 이 나라를 움직이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가장 많이 출석하는 교회다. 세상에서 힘 좀 쓴다는 사람들도 교회 울타리 안에서는 전혀 권세를 발휘하지 못하는 건강한 문화를 가진 교회다. 지성과 이성과 상식이 통하는 교회다. 그런 교회에서 목사가 목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것도 새해 첫 주일예배가 끝난 후에 말이다. 이런 분은 교인들을 향해 ‘주일을 거룩하게 지키라’고 설교할 자격이 없다. 그 어떤 외침도 공허할 뿐이다.

교회 안에 침투한 세속의 탁류

한국교회 청년들로부터 존경받던 어느 젊은 목회자의 쓸쓸한 퇴장도 충격적이다. 그분은 참 재주가 많은 목회자였다. 야성 넘치는 설교와 현란한 필력에 신자들은 환호했다. 그가 만든 책은 모두 베스트셀러였다. 그는 우리의 자랑이요, 희망이었다. 그러나 그도 역시 세속의 탁류를 뒤집어쓴 채 목회를 접었다. 그가 떠난 자리에는 온갖 소문의 잡초만 무성하다. 그에게 환호했던 젊은이들은 하나둘 교회를 떠나고 있다.

새해에 우울한 소식이 유난히 많다. 교회 돈을 펀드에 투자해 낭패를 당한 채 교회를 떠나는 목회자도 있다. 교인이 바친 거액의 헌금을 주식에 투자한 목회자도 있다. 교인들과 덕스럽지 못한 교제로 말썽을 일으킨 목회자 소식도 들린다. 모두 한국교회 차세대 리더였지만 명예롭지 못한 모습으로 교회를 떠났다.

교회는 상식을 소중하게 여기는 공동체다. 상식의 벽돌이 무너진 교회는 건강하지 못하다. 그런 교회는 세상을 위해 기도할 힘이 없다. 지금 우리의 현실이 그렇다. 교회가 세상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교회를 걱정하는 시대다. 세상은 교회에 대해 더 이상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기대하지 않는다.

목회자들의 추락으로 가장 손해를 보는 쪽은 교회다. 교회에서 사건 사고가 터질 때마다 전도의 문은 점점 닫힌다. 대교회에 문제가 발생하면 교인들은 인근 교회로 뿔뿔이 흩어진다. 새 신자는 없다. 단지 교인의 이합집산만 있을 뿐이다. 교회가 전도의 야성을 잃어버리면 부패하게 되어 있다.

성경은 우리를 향해 명령한다. “죽어야 산다.” 예수는 십자가에 달려 죽음으로 인류를 구원했다. 죽음이 곧 승리의 부활로 이어졌다. 우리는 매일 죽어야 한다. 그래야 생명을 얻는다. 죽을 생각이 없는 교회와 신자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다. 그들은 이렇게 외친다. “죽여야 산다.” 남을 죽이면 나도 죽는다. 교회는 모두를 살리는 곳이다.

자신을 버려야 생명 얻는다

숱한 약점과 허물을 갖고 있지만 교회는 여전히 우리의 희망이다. 가슴을 찢으며 기도하는 목회자와 신자들이 아직도 많다. 그래서 희망을 갖는다. 기도하는 교회는 감출 것이 없다. 기도하는 교회는 궁금한 것이 없다. 모든 것이 투명하기 때문이다.

2011년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케냐 평신도 지도자 데이비드 오워가 한국교회를 향해 던진 예언이 예사롭지 않다. “한국교회가 음란의 죄, 폭력의 죄를 회개하지 않으면, 한반도에 전쟁이 닥칠 수도 있다.” 회개기도가 교회 구제역을 막는 최상의 방안이다.

임한창 종교국장 hcl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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