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추경 편성’ 카드 꺼낸 오세훈 서울시장 “무상급식 마지노선 50%… 물러설 수 없어” 기사의 사진

대담=황일송 사회2부 차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무상급식 논란과 관련 ‘추경 편성’ 카드를 꺼냈다. 가급적 이른 시간 안에 무상급식 논쟁을 마무리해 시정 운영 정상화하려는 전략이다.

시는 당초 지난해 말 서울시의회가 삭감했던 서해뱃길 사업 등 시 주요 사업 예산을 복원하기 어렵다고 판단, 추경 편성 자체를 하지 않을 방침이었다. 그러나 무상급식 문제가 빨리 매듭지어지지 않을 경우 오는 6월까지 시정 전반에 제동이 걸릴 우려가 높은 만큼 협상 카드를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시의회가 오 시장의 ‘딜’을 받아들일 경우 앞서 삭감된 시의 핵심 사업 예산을 추경 편성에서 되살릴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추경 편성으로 올해 필요한 예산은 빨리 반영해 시정에 차질이 없도록 도와 달라고 (시의회를)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전쟁하랴 시정 챙기랴 정신없다.”

-언제쯤 ‘전쟁’이 끝날 것으로 보는지.

“주민투표로 끝날 것이다. 주민투표 안 하면 4년 내내 가기 때문에 주민투표로 간다. 올 12월쯤 되면 내년 예산 짤 때 무상급식 (예산을) 내라고 할 것 아닌가. 저 의회가 포기할 의회는 아니다. 동의할 수 없다. 똑같은 게 반복되고 4년 간다. 막중한 책임을 혼자 짊어지게 된 형국이 돼 잠이 오지 않는다.”

-좀 더 일찍 주민투표를 제안했다면 서울시정이 지금까지 파행을 겪는 것을 막았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다.

“성숙해야 꼭지를 딸 수 있다. 지난해 12월까지는 협상이 계속될 듯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서로 양보할 수 있는 분위기였는데 갑자기 (시의회가) 무상급식 조례를 통과시켰다. 한 달쯤 심층적인 논쟁이 이뤄지면서 무상급식이 표를 얻기 위한 현금살포 정책이라는 것이 알려졌고 시민들의 이해가 높아졌기 때문에 (주민투표가) 가능하다. 지금이 적절한 시기이다.”

-시민들이 최근 오 시장의 무상급식 점진 실시 안을 이해하고 있다는 말인지.

“언론에서 연말연초에 했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저소득층부터 소득 하위 30∼50%까지만 하자는 점진 단계안과 올해 초등학교, 내년 중학교에 전면적으로 실시하자는 민주당 안을 놓으면 7대 3이다. 지금 아주 목소리를 높여 전면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인터넷 공간을 장악하고 있지만, 그 인터넷 공간에서조차도 처음엔 8대 2 정도로 밀렸지만 지금은 6대 4까지 왔다. 그런 변화를 보면 확실히 여론은 뒤집혔다고 생각한다.”

오 시장이 내세운 마지노선은 50%다. 소득 하위 50%에까지만 단계적으로 무상급식을 지원한다는 안에서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다는 것. 50%라는 수준도 이전의 30%를 양보해 협상의 여지를 둔 것인 만큼 더 이상 양보는 없다고 강조했다.

끝내 시의회 동의를 얻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오 시장은 주민서명을 받아 주민투표를 실시하는 안을 측면 지원할 예정이다. 현행 주민투표법 11조는 공무원이 주민청구 서명요청 활동을 하거나 이를 기획·주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주민청구에 필요한 42만명의 서명을 받는 작업은 무상급식 전면 실시를 반대해 온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이 맡게 된다. 단계적 무상급식을 실시할 저소득층 범위를 30, 40, 50% 중 어떤 것으로 할지도 이들 시민단체가 결정할 예정이다.

-공무원이 주민청구 과정에 개입하는 것은 법령 위반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캠페인(선거운동)을 할 수는 없지만 정치적 소신을 밝히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을 받아가면서 (주민투표를 추진)하겠다.”

-시장직을 걸고 시의회를 설득할 생각은.

“(웃음) 그런 말을 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적절한 복지 예산 비중을 얼마로 보는가.

“1년 예산의 10%를 국방비로 쓰는 나라에서 무상급식 정책은 나라의 장래에 대한 죄악이다. 이 시점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정도의 복지를 사회적 공감대를 통해 만들어 내야 한다. 뜬금없이 무상의료, 무상보육, 대학등록금 2분의 1을 정부에서 준다…. 참으로 무책임한 정치집단이다. 저들(민주당)이 말하는 보편적 복지는 똑같은 액수를 전 국민에게 나눠주자는 무차별적 과잉복지이고, 진정한 의미의 보편적 복지는 필요한 만큼의 혜택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것이다. 부자한테 뭣 때문에 여러 가지 나눠주는가. 자체 해결이 가능한데….”

-오 시장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잠재적 대권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무상급식을 놓고 오 시장이 이전과 달리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당내 잠룡(潛龍)으로서 입지를 다지기 위한 포석이라는 얘기가 많다.

“이런저런 추세들을 보고 있다. 높이 평가해 주시고 대권 반열에 올려 주시는 것은 서울시장이 되면 초선이든 재선이든 평가는 있어 왔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전임시장이 현직 대통령이기 때문에 그런 시각은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무상급식 국면에서 이 부분은 분명히 해야 한다. 사실 대권 관련 의사를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것은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대권행보라는 것은 일종의 무상급식에 대한 순수한 내 의도를 폄하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고의적으로 (대권행보라고 주장)하는 것이고 정치분석가들은 정치공학적으로 그런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 그래서 굳이 자세한 반론을 펴지 않는다. 그런(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것을 의식해 오히려 우회로를 택하고 목소리를 낮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무상급식이 서울시에서 더 이상 진도가 나가게 되면 대한민국 전체가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오 시장의 복지정책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밝힌 복지관과 어떻게 다른가.

“박 전 대표의 복지 비전은 아직 총론만 있고 각론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시의 복지정책과) 비교할 수 없다. 김 지사의 맞춤형 복지 역시 이상은 서울형 복지와 비슷하다. 맞춤형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혜택을 주겠다는 뜻으로 해석한다면 서울시의 자립형 복지와 맥이 닿아 있다. 서울은 (복지) 체계가 마련됐을 뿐 아니라 실행되고 있는 복지정책과 비전이 상호 작용을 하며 이미 구동되고 있는 단계이다.”

-무상급식 논쟁이 정리된 후 시정은.

“이 국면이 시 행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전제로 한 질문이지만, 이 문제와는 무관하게 시정은 잘 돌아가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1일 새해 첫 공식 일정으로 국립현충원을 찾아 방명록에 ‘일념통천’(一念通天·온 마음을 기울이면 하늘도 감동시킨다)이라고 썼다.

-방명록에 쓴 일념통천은 무슨 의미인지.

“여러 가지 경우를 아울러 쓴 말이다. 민선 5기 동안 서울시를 글로벌 톱5 도시로 만들겠다는 게 목표인데 이 비전을 달성하려면 무상급식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정치 입문 시절 ‘부드러운 이미지’에서 ‘투사’로 변신했다는 평가에 대해선.

“정치인 오세훈과 자연인 오세훈은 하나다. 그러나 목표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이런저런 방법을 쓸 수는 있다. 무상급식이 잘 정리되고 나면 온화하고 조용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유형으로 돌아가고 싶다.”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당부보다도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조용히 물 흐르듯이 일하는 게 제일 잘하는 것이다. 지난 4년, 또 최근 6개월간 그렇게 하려고 꽤 노력했는데 시의회와 갈등의 모습을 보인 것은 경위야 어떻든 시장으로서 죄송하다. 다만 이렇게 이해해 달라. 앞으로 3년 6개월 동안 시정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끌고 가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정리=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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