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 옛 그림] (54) 하늘처럼 떠받들다 기사의 사진

두 사람은 부부다. 아내가 남편에게 밥상을 차려온다. 이마에 닿을 듯 상을 들고 가는 아내는 공손하기 그지없다. 남편도 두 손 맞잡이하며 아내를 맞는다. 바로 ‘거안제미(擧案齊眉)’의 고사를 풀이한 그림이다. 18세기 화원 출신 양기성이 단정하고도 정성들여 그렸다.

‘거안제미’는 ‘밥상을 높이 들어 눈썹과 나란히 하다’라는 뜻이다. 후한의 고결한 학자 양홍 부부의 얘기에서 나온 말이다. 아내 맹광은 서른 살 넘도록 양홍의 품격을 지켜본 뒤에 혼인했다. 가난했던 둘은 부잣집에 더부살이했다. 날품을 팔고 돌아온 양홍에게 식사를 바칠 때, 맹광은 늘 흠모에 넘친다. 눈은 반드시 내리깐다. 밥상은 눈썹까지 높인 뒤 내려놓는다. 굴종이 아니라 우러나는 공경이었다.

조선에도 맹광을 닮은 각시가 있었다. 문인 조수삼이 저잣거리 이야기를 모은 책에 나온다. 한성 부잣집 행랑채에 품팔이하는 아내가 산다. 남편은 늙어 벌이를 못하지만 새벽이면 동네방네 골목 청소를 대신해준다. 집주인이 어느 날 남편 밥상을 차리는 아내를 엿본다. 상을 높이 들어 바친다. 남편이 예사 사람이 아니라 느낀 주인이 예를 갖추려 하자 그는 끝내 사양하고 떠나버린다.

허드렛일 해가며 학문을 닦은 양홍은 청렴했다. 새벽마다 골목길 청소를 도맡은 남편은 신분을 감췄지만 뇟보가 아니다. 둘 다 칭송받을 사람이다. 아내인들 괜스레 밥상을 높이 받들었겠는가. 올리면 따라 올라가는 것이 공경이다. 좀스럽게 구는 남편이 밥상 차리라고 소리친다. 그러다 얼굴에 국물 뒤집어쓴다. 공경은 해야 받는다.

손철주(미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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