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만 칼럼] 寓話, 네 여자와 결혼한 남자 기사의 사진

“결혼은 모든 여성과 살림차리는 ‘종합’이 아니라 한 사람 고르는 ‘선택’이어야”

남자는 전부터 성혼선언에 관한 회견을 갖겠다고 약속했지만 최상의 선택을 위해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해 마지막 날에서야 계획을 밝혔다. 획기적인 내용이었다. “네 명의 여자와 결혼을 하겠다.” 그 나라에서는 일부다처가 법으로 금지되어 있지는 않다. 그렇더라도 한 번에 네 명의 여자와 결혼하는 것은 신기록이었다.

남자는 이 기록적인 계획에 대해, 여론의 다양성과 가문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에는 ‘글로벌 경쟁력’을 강조했었지만 신부 수가 늘어남에 따라 ‘여론의 다양성’도 추가한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희망찬 도전에 큰 기대를 품었다. 명문가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러나 해석을 달리하는 사람도 있기는 했다. 해석자들은 결혼 신청서를 낸 여자들을 다 아내로 맞으면 원망을 피해갈 수 있고, 네 아내가 최상의 서비스를 해주기 때문에 말년까지 복을 누리기 위한 일석다조의 계산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해석자들은 남자의 능력으로 보나 집안 형편으로 보나 한 여자 이상은 곤란할 것이라면서 어쨌거나 통 큰 시대인 것만큼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런 해석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대부분의 사람은 새 신부들을 구경하느라 넋을 놓았다. 한꺼번에 들어온 네 명의 신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 만한 장점을 보여주었다. 누구는 매무새가 좋았고, 누구는 민첩했고, 고집스런 멋이 있었고, 계산을 잘 하는 등등 좋은 점이 많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전국적인 경쟁에서 승리한 여성들’이란 뜻에서 경국지색(競國之色)이라고 칭찬을 했다. 그러나 해석자들은 남편이 경쟁력 여성들에게만 퍼주고 주변의 다른 것에 소홀하면 국면이 경색될 수 있다며 경국지색(梗局之色)을 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맨 먼저 신부들이 보여준 것은 의견의 다양성이었다. 그녀들은 살림집을 세종로 6, 8, 10, 12번지와 같이 기존의 부촌에 나란히 마련해야 한다고 고고성을 냈다. 명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부촌에 살아야 한다는 혜견에 많은 사람이 감동을 받았다. 맹모삼천(孟母三遷)이라는 옛말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해석자들은 기존의 부촌이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이를 넘어서기 위한 결혼이라면 영종도 38번지나 센텀시티 94번지같이 아주 새로운 땅을 선택하는 것이 옳지, 비판의 대상인 기존의 부촌에 나란히 살아보겠다는 것이 어쩐 일이냐고 의아해 했다.

다양성 신부들은 또 새로운 명문가를 만드는 데 비용이 많이 드니까 술을 팔 수 있게 해달라고 하고, 거리 약장사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옥성(玉聲)을 발하였다. 힘들더라도 감수하겠다는 희생적 제안이었다. 남자의 집에는 술을 팔거나 약장사 같은 일을 해서 돈을 벌어서는 안 된다는 전통이 있었다. 그래서 남자는 가문의 전통과 이를 혁파하고자 하는 다양성 신부들의 탁견 사이에서 지혜로운 방법을 모색하기로 했다. 다양성 신부들의 아이디어는 풍부했다. 아이디어 중에는 자신들이 약속한 지참금을 낮춰달라는 효성 가득한 의견도 있었다.

이런 여론의 다양성을 접하면서 못마땅하다는 의견을 내는 사람도 생겨났다. 결혼은 모든 여성과 살림을 차리는 ‘종합’이 아니라 한 사람을 고르는 ‘선택’이라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야 집안이 잘 굴러간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다양성 신부들은 결혼에 성공하기 위해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데, 남자는 그녀들 모두와 결혼하면 생애의 마지막 순간까지 지복을 누릴 수 있다고 착각하는 헛똑똑이 아닌가.”

그게 무슨 뜻이냐는 질문에 비판자들은 “여자는 갈대요, 상황이 바뀌면 하이에나와 같이 물어뜯는 속성이 있는데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뜻이라며 혀를 찼다. 현명한 남자가 고심 끝에 결정한 4중 결혼에 대해서도 “재앙”이라거나 “늙어 고생 깨나 하게 생겼다”거나 하며 험담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런 극소수의 비판자들은 어디나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남자는 즐거운 마음을 유지할 수 있었다.

수석 논설위원 soon@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