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정현규] 구제역 어디로 갈 것인가 기사의 사진

200만두 이상의 돼지와 소를 땅에 묻으며 흘렸을 농민들의 눈물과 탄식을 어디에 하소연할 것인가? 평생 지고 갈 가슴 아픈 사연이다. 지난 두 달여를 되짚어 보면 농민 공무원 군인 국민 모두가 고생했는데 안타까움만 남는다.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과정을 돌아보며 몇 가지 향후 시나리오를 꼽아보자. 첫 번째 시나리오는 모두가 원하는 최상의 상태로, 소와 어미돼지에 1개월 간격으로 2회, 자돈(仔豚)과 비육돈에 1회 백신접종이 완료되는 시기를 2월로 보면, 설이 지나면서 구제역 발생과 살처분 두수가 급격하게 줄고 3월 말 쯤에는 거의 마무리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3월 이후에 면역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개체를 중심으로 산발적인 구제역 발생이 6개월∼1년 정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는 백신 효과가 100% 나지 않고, 또한 겨울철 소독효과가 떨어진 상태이기에 남아있을 수 있는 바이러스가 일부 농장이나 지역에서 여름까지 다시 활동하며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에서다.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셋째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오염된 환경, 개체에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바이러스가 우리나라에 상재화되는 것이다. 이럴 경우엔 수년간 산발적인 발생으로 가축폐사와 생산성 저하를 야기해 우리 축산업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현재 현장의 상황들을 보면 두 번째나 세 번째의 시나리오로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이번처럼 해외에 다녀온 축산관련자를 격리하는 조치 이외에 2000년, 2002년의 구제역 발생 때에 제기됐던 황사, 외국인 근로자, 발생국 발(發) 물건·소포 등 다양한 경로로 다시 새로운 구제역이 유입될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점이다. 황사도 구제역의 유입경로로 많이 제기되고 있으나, 만약 황사라면 동시다발 형태로 나타날 것이고, 특히 이번의 O형과는 다른 타입이라면 현재 접종하는 백신만으로는 대책이 될 수 없기 때문에 그 심각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세 가지 가능성 중에서 최상의 시나리오인 첫 번째 가정으로 구제역이 정리된다고 해도 이미 축산업은 1∼2년 내에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의 피해를 입었다. 발생이 안 된 호남, 경남, 제주에서도 종축을 구하지 못하고 제때 출하를 하지 못해서 입은 피해가 크기에 더욱 안타깝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한다면 전국 단위 그리고 지역 단위로 방역조직 정비가 필요하다. 이외에도 사료, 도축, 인력, 환경 문제를 비롯한 모든 시스템이 시·도 지역 단위로 이뤄지고 이는 다시 전국 단위로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할 것이다. 이러한 교훈을 우리는 수조원의 돈을 들여 배운 격이다.

농가들의 의식도 높아져야 한다. 모든 시나리오에 대한 대책엔 농가의 철저한 의식과 실천이 기본이다. 구제역을 비롯한 모든 가축질병의 피해는 결국 가축이 있는 곳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국경 방역에 혹시 실패하더라도 농가에서 철저히 대비해 병원체가 가축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한다면 질병은 발생하지 않는다. 결국 정부도 농가도 노력해야 하고 모든 관련 산업 종사자가 같이 노력해야 한다.

방역조직 정비 필요하다

백신접종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다시 한번 지난 수년간 준비했던 대책들과 실천이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처음으로 돌아가서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들을 정리해야 한다. 백신접종이 끝나고, 이동제한이 해제되고 따뜻한 봄이 지나갈 때까지 우리의 대응 노력에 따라서 축산업이 어느 길로 갈 것인지가 결정될 것이다.

축구에서 첫 5분과 마지막 5분이 중요하다고 한다. 우리는 첫 5분에 실패한 지난 두 달여의 경험과 현재의 현장 상황을 바탕으로 구제역 대응에 다시는 실패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정현규 도드람유전자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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