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탁석산의 스포츠 이야기] 장신 센터 서장훈의 꾸준함 기사의 사진

‘신동파’라는 농구 선수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이 있을 것이다. 1960∼70년대 최고의 슈터였다. 그 당시 라디오로 농구 중계를 많이 하곤 했는데 신동파가 잡았다고 하면 벌써 골이 들어갔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한국 농구사에서 아마 최초의 슈터였을 것이다.

신동파 인기는 당시 아시아 농구 최강국 필리핀에서 더 대단했었는데 필리핀 사람들은 무슨 일이 잘 되면 ‘신동파!’라고 외쳤다는 것이다. ‘따봉’이라고 말하는 경우는 있지만 사람 이름을 외치는 것은 낯설다. 예를 들어 골프에서 샷이 마음에 들 때 ‘타이거 우즈!’라고 외치지는 않지 않는가. 그 정도로 전설적인 슈터였다.

한국 농구는 그 후에도 이충희 김현준 문경은으로 이어지는 뛰어난 슈터들을 배출했다. 그리고 인기도 매우 높았다. 그런데 요즘 농구 인기가 예전만 못한 원인이 전문 슈터 부재 때문이라는 진단이 여러 전문가에 의해 내려졌다. 게다가 프로농구 출범 이후 키 큰 외국인 선수들을 위주로 하는 전술을 펼치다 보니 야투는 골밑 돌파가 여의치 않을 때 사용하는 ‘보조 옵션’이 되고 말았다. 슈터 부재가 한국 농구의 전력 저하와 인기 추락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모든 것은 변한다. 그리고 시대에 맞춰 변하는 것이 순리다. 성인(聖人)도 시속(時俗)을 따른다고 공자가 말했다. 슈터의 시대가 있었다. 그리고 그 시대에는 센터가 별로 없었다. 1979년 ABC 대회에서 지금 SK 나이츠의 신선우 감독은 188㎝의 키로 센터를 맡았다. 그것이 당시 국가대표 센터의 신장이었다. 188㎝ 신장으로 238㎝의 중국 센터와 맞서 싸웠다. 방법은 외곽 슛 외에는 없었을 것이다. 가운데로 공을 투입해 어찌 해볼 도리가 없지 않았겠는가.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한국에서도 장신 센터들이 등장했다. 한기범 김유택의 뒤를 이어 걸출한 센터 서장훈이 등장했고 김주성 하승진이 나왔다. 한국 농구도 센터를 중심으로 전술을 짤 수 있게 된 것이다. 상대적으로 외곽 슈터들의 비중은 줄어들게 됐다. 림 가까이에 볼을 투입해서 득점을 올리는 것이 외곽 슛 성공보다 훨씬 확률이 높기 때문에 이런 전술을 택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런데 문제는 센터들의 플레이가 슈터들의 그것처럼 화려하고 인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좁은 지역에서 심한 몸싸움을 해야 하고 극적인 3점 슛도 없고 장신을 이용한 슛은 별로 기술적으로 보이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굳은 일을 하는데 평가는 인색한 편이다.

농구 황제로 불렸던 마이클 조던의 통산 야투성공률은 50% 정도다. 쏘면 들어가는 줄 알았는데 두 개 중 하나만 들어간 것이다. 서장훈의 지난 5시즌 야투성공률도 50% 정도다. 지난해 말 서장훈은 통산 1만2000득점, 4800리바운드를 달성했다. 대단한 기록이다. 높게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화려함도 좋지만 꾸준함도 그에 못지않은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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