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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변재운] 한양대가 마이너리그?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지난 12일 후보직 사퇴 발표문에서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일류 대학을 나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앞서서도 자신에 대한 사퇴 요구가 비등하자 주변사람들에게 “나는 일류 대학을 나오지 못해 그간 마이너리그로 살아 왔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검찰에서도 내내 비주류로 분류됐다는 것이다. 어디를 나왔기에 그러는가 봤더니 한양대 출신이다.

이에 대해 한양대 동문들은 어떻게 느낄까. 인터넷 댓글을 살펴보니 비난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한양대의 프라이드를 꺾어놨다는 것이다. 지금 한양대에 원서를 넣은 입시생들, 나아가 서울에 있는 대학이라도 들어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학생들의 비애감은 또 어떨까.

한양대가 일류 대학이 아니라면 정씨가 말하는 일류 대학은 어디일까. 아마 SKY로 불리는 서울대 고대 연대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법원 구성을 보면 고대와 연대도 마이너리그인 모양이다. 이번에 추천된 대법관 후보 4명이 모두 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결국 14명의 대법관 중 서울대 법대가 13명을 차지하게 된다. 대법원이 꼭 서울대 법대 동문회 같다. 이러니 정씨의 자괴감도 이해할 만하다.

물론 사법시험 합격자 중 서울대 법대 출신이 월등히 많은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신임 판사 가운데 서울대 법대가 35%, 신임 검사 중에는 17%에 달했다. 전에는 더 많았다. 20년 전인 1990년에는 신임 판사의 61%, 신임 검사의 49%가 서울대 법대였다.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14명의 대법관 중 13명이 서울대 법대로 채워지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사법부가 서울대 법대 순혈주의에 빠졌다고밖에 보기 어렵다.

검사나 판사는 모두 사법시험이라는 최종 관문을 통과한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그 이전의 관문, 즉 출신 대학은 무의미한 것이다. 서울대 법대를 나오고도 사법시험에 떨어지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굳이 출신 대학을 능력의 잣대로 삼으려는 습성이 있다. 대학원도 필요 없다. 꼭 대학이어야 한다. 나중에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소용이 없고, 오로지 대학입시 때 발휘한 능력만 인정해주는 꼴이다.

매년 사교육 광풍이 몰아치고, 정부는 사교육과의 전쟁을 선포하지만 사회가 바뀌지 않으면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사회 곳곳에 뿌리박힌 학벌주의가 수그러들지 않는 한 자식을 좀 더 좋은 대학에 보내려는 부모의 욕심은 죄가 될 수 없다.

변재운 논설위원 jwb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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