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정수익] 새해 다짐 잘 지킵니까 기사의 사진

“또 실패… 진짜 이빨 깨물었는데….” 친구한테서 암호문 같은 휴대전화 메시지가 들어왔다. 하지만 무슨 뜻인지 단박에 알아차렸다. 지난 연말 호기롭게 내놓았던 그의 신년 다짐이 어긋났다는 말이다. 솔직히 그를 믿었다. 워낙 강단 있는 친구인 데다 큰소리까지 뻥뻥 치는데 믿지 않을 재간이 없었다. 거기다 그의 다짐이란 게 별 게 아니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실패했다. 자신만만하던 그가 실패했다. 조금만 의지력을 발휘하고 조금만 부지런하면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왜 그랬을까? 길게 말할 필요 없이, 그도 인간이기 때문이었다. 발가락 하나만 아파도 움직이기 어려워하고, 감기만 걸려도 드러눕고자 하는 연약한 존재 말이다. 그런 인간이 당장 하루 뒤, 아니 한 시간 뒤의 일을 계획한들 그대로 할 수 있겠는가. 간혹 ‘내 인생은 나의 것’이라며 자기 인생을 통제하는 듯한 이들이 있다. 힘든 도전을 통과하고 ‘인간 승리’를 외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잘 뜯어보면 거의가 미봉이거나 허구다.

연약한 인간이 계획을 한들…

피조물인 인간은 창조주의 뜻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다. 저마다 자기 인생의 주인인 것 같지만 아니다. 자기 의지와 무관하게 부여받은 인생들을 살아가고 있다. 외모나 성격, 체질과 혈액형 등 어느 것 하나라도 선택하고 세상에 나온 사람이 없다. 살아가는 동안에도 마찬가지다. 자기 뜻대로 살아갈 수 있다면 어느 누군들 병에 걸리거나 가난에 쪼들리며 살고 싶겠는가. 살면 살수록 우리의 운명을 주관하는 분이 계시다는 걸 느끼게 된다.

이제 답이 나왔다. 그분께 맡기자. 약함을 고백하고 무릎을 꿇자. 무능함을 선언하고 두 손을 들자. ‘나는 졌소’ 하며 백기를 흔들자. 그리곤 그분이 우리 인생을 최선으로 이끌어주실 것으로 믿자. 혹시 그분이 우리 인생에 초자연적인 역사를 일으켜 주실지 아는가. 그렇게 된다면 이보다 더 수지맞는 일은 없을 것이다. 미국의 목회자 더글러스 웹스터는 ‘낮아짐’이라는 책에서 독자들을 향해 끊임없이 ‘항복훈련’을 하자고 역설했다.

그렇다고 손놓고 있으라는 말은 아니다. 그분이 해주실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라는 게 아니다. 항복하되 참여자로서 하나님과 함께하는 것이다. 여기서 항복은 수동적인 행위가 아니다. 체념의 몸짓은 더더욱 아니다. 적극적이고 의식적으로 하나님께 돌아서는 행위다. 하나님의 존재를 인정하는 몸짓이다.

예수님께서는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니 그가 내 안에, 내가 그 안에 거하면 사람이 열매를 많이 맺나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이라”(요 15:5)고 말씀하셨다. 열매 맺기 전에 하나님께 맡기고 항복하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한다는 말이리라.

그러고 보니 새해를 맞으며 너도 나도 세운 계획들, 잘 지켜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한 달이 다 돼가는 지금쯤 탄식을 쏟아내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작심삼일의 마법’에 걸려 부질없는 반성과 회한을 붙들고 씨름하는 이들도 더러 있을 것 같다.

절대자 그분께 맡기고 따르자

하지만 그럴 필요 없다. 지금이라도 정말 신뢰할 만하고 강한 분에게 맡겨버리자. 사도 바울은 “내가 약한 그때에 강함이라”(고후 12:10)고 했다. 우리는 약하지만 그분은 강하다. 그분은 우리를, 우리 인생을, 우리 상황을 바꿀 수 있다.

친구에게 전하고 싶다. “친구야. 이번에 새해 다짐 무너진 것 너무 실망하거나 낙담하지 마라. 연약한 우리 인간들, 어차피 도전하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고, 그렇게 되풀이하며 사는 거지 뭐. 이번 기회에 절대자이신 하나님을 받아들이고 그분께 기대어보면 어떨까? 사랑한다, 친구야.”

정수익 종교부장 sagu@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