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종 칼럼] 복지, 더 치열하게 논쟁하라 기사의 사진

기자는 요즘 신문 읽는 게 즐겁다. 뿌듯하기까지 하다. 여와 야, 보수와 진보, 좌와 우 사이에 불붙은 복지 논쟁 때문이다. 직업상 주요 일간지 대부분의 내용을 대충은 훑는 편이지만, 그 중에서도 신년 정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복지 논쟁에 관한 기사나 사설 칼럼 등은 빼놓지 않고 읽고 공부하려 노력한다.

기자가 복지 논쟁에 이처럼 특별히 관심을 갖는 것은 물론 이 문제가 다음 총선과 대선, 그러니까 차기 권력의 향방을 가르는 최대 이슈가 될 것이라는 점 때문이기도 하다. 또 그동안의 정쟁이 대부분 국민의 실생활보다는 여야의, 또는 좌우의 정략에 따른 소모적이고, 그래서 우리를 짜증나게 하던 것들이었다. 그러나 이번 논쟁은 국가와 모든 국민의 앞날과 직결돼 있고, 그만큼 꼭 국민적 합의를 거쳐 결론을 도출해야 할 생산적 다툼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모처럼 기분 좋은 다툼

그러나 기자가 정쟁을 보면서도 기분이 좋고 뿌듯한 것은 무엇보다도 우리가 이제 전 국민의 보다 차원 높은 ‘삶의 질’에 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단계에 진입했구나 하는 생각 때문이다. 물론 과거에도 사회안전망 확충 등 삶의 질에 관해 고민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그건 소외 계층에 초점이 맞춰진 초보 단계였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던 것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 복지냐, 특수 계층을 대상으로 한 선택적 복지냐를 놓고 치열하게 공방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는 바꿔 말하면 우리 삶의 질이 선진국 수준에서 고민해야 할 만큼 업그레이드됐다는 반증인 것이다.

민주당이 내건 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보육, 반값대학등록금 등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이번 논쟁은 앞에서 언급했듯 어느 특정 계층이나 세력이 아닌 국가와 전 국민의 앞날에 직결된 문제이다. 따라서 나라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에서부터 급식 대상인 초등학생까지 각자 관심을 가지고 의견을 내는 것은 당연하고도 바람직한 일이다.

지금도 이 문제가 가장 큰 사회적 이슈가 돼 언론 매체들을 뜨겁게 달구고 있지만 논쟁은 더 치열하게 전개돼야 한다. 그리하여 국민적 합의를 거쳐 실현 가능하면서도 최대 다수의 최대 혜택이 될 복지 정책을 이끌어 내야 한다. 이 문제는 국가와 국민의 운명을 담보로 하는 사안이다. 실험해보고 아니면 거둬들이는 식으로 할 수 없는, 그러니까 시행착오가 허용되지 않는 국가적 중대사인 것이다.

제3의 대안이 나올 수도

이와 관련하여 기자가 언론에 나타난 논쟁을 지켜보면서 느낀 점은 무상 복지에 대한 찬반 의견이 너무 정치적 주장에 흐르고,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물론 국가의 복지 정책이 정치적 이념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좌우, 보혁 대립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여권을 비롯한 보수 쪽은 야당의 무상복지가 망국적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면서도 그 ‘허구성’에 대한 구체적 설명과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야권을 비롯한 진보 쪽에서는 무상복지의 필요성만 강조할 뿐 그에 필요한 재원조달 방안을 명쾌하게 내놓지 못하고 있다. 또 정부 여당은 야당이 내세우는 무상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매년 50조원 이상이 필요하여 몇 년 못가 나라가 거덜 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민주당은 16조원이면 가능하며 이는 예산을 효율적으로만 운용하면 현재의 재정 규모로도 실현 가능하다고 반박한다. 여야의 주장이 국민들의 동의를 얻기 위해서는 막연하게 50조니 16조니 할 게 아니라 예컨대 무상급식을 하는 데, 학생 1인당 얼마씩이 필요해 전체 얼마가 든다는 식으로 설명해야 할 것이다.

정치적 목청을 높이는 대신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따져나가면 민주당의 무상복지가 국가 재정을 감안할 때 실현 가능한지, 아니면 정부·여당의 주장처럼 민주당이 표만을 겨냥하여 망국적 포퓰리즘 전략을 구사하는 것인지 국민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그렇게 이성적으로 논쟁하다 보면 어느 일방의 승패가 아니더라도 정반합에 의해 양측의 의견을 절충하여 제3의 합리적 대안이 마련될 수도 있을 것이다. 기자 보기에 이 논쟁은 그리 결론 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백화종 부사장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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