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 “태권도,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격투기로 만들겠다” 기사의 사진

“이제 스포츠도 사회공헌에 관심을 둬야 합니다. 특히 올림픽 정식종목은 대회 개최에만 머무를 것아 아니라 세계평화라는 거대 담론에 일조해야 합니다. 세계태권도연맹(WTF)이 올해 내놓은 ‘태권도를 통한 세계평화’란 슬로건은 바로 이같은 맥락에서 나왔습니다.”

조정원(64) WTF 총재는 ‘스포츠의 공공서비스’란 다소 생소한 개념을 화두로 꺼내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스포츠가 건강한 사람들만의 향유물이 아니라 장애인들, 또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도 다가가 그들에게 꿈과 희망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총재는 특히 낙후된 아프리카의 태권도 진흥을 위해 우리 정부와 협의해 그들을 적극 도울 계획임을 밝혔다. 올해 5개국 정도를 선정해 도장도 지어주고 코치를 파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아프리카에 우물파기를 지원하는 것도 좋지만 태권도를 가르치면 아프리카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어요. 미래의 아프리카를 위해서는 태권도 교육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죠. 그들에게 태권도복 보내기 국민운동을 펼치면 어떨까요?”

조 총재는 2008년 자신이 만든 태권도 평화봉사단을 기반으로 지구촌의 고아원과 난민촌을 찾아 그곳 청소년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희대 총장을 지낸 조 총재는 2004년부터 WTF 수장을 맡아왔다. 김운용 전임 총재의 잔여임기를 채운 뒤 2005년과 2009년 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특히 낫 인드라파나 부총재(IOC위원)와 겨룬 2009년 선거전은 ‘외국인 총재’를 지지하는 일부 국내 태권도인들의 반기에 고초를 겪었지만 조 총재의 압승으로 끝났다.

“누가 총재를 맡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을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태권도가 올림픽정식종목에서 퇴출되는 것을 막고 유사 격투기인 가라데, 우슈 등과의 스포츠 외교 전쟁에서 이겨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는 총재 취임 후 대회마다 판정시비로 얼룩진 태권도로서는 미래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도입한 것이 전자호구 착용이었다. 펜싱처럼 전자호구를 입고 타격에 의한 전자감응으로 자동채점이 되는 방식은 2009년 덴마크 세계선수권대회부터 각종 국제대회에 채택됐다.

그것으로도 부족했다.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판정 시비를 가리려면 비디오판독이 필요했다. 경기장면을 찍은 비디오화면을 보조장치로 걸어놓고 경기중 코치가 제기하는 판정이의에 일일이 대응했다.

하지만 공정한 판정은 경기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었다. 태권도가 재미있어야 했다. 이른바 ‘재미있는 태권도’를 만드는 데는 차등점수제 도입과 경기장 축소가 필요했다. 무조건 1점씩 부여하는 기존 채점방식으로는 ‘닭싸움’ 같은 답답한 경기로 일관했지만 머리공격 3점, 뒤돌아차기 2점 등으로 점수를 차등화해 역전승이 쉽도록 했다. 경기장도 2004아테네올림픽의 12mx12m에서 계속 작아져 내년 런던올림픽에서는 8mx8m 크기에서 펼쳐진다. 이제는 선수들이 달아날 곳이 없어진 셈이다.

“작년 싱가포르 유스올림픽에서는 태권도가 최고였습니다. 유스올림픽은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의 작품인데 26여개 국가가 태권도 메달을 나눠가지면서 각국이 크게 만족했습니다. 경기장을 찾은 20여명의 IOC위원들도 한건의 판정시비없이 진행되는 달라진 태권도를 보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사실 태권도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됐지만 올림픽 진출을 희망하는 가라데, 우슈 종목의 마타도어에다 북한이 밀고 있는 국제태권도연맹(ITF)의 방해공작이 만만치 않다.

이 정도 변했으면 태권도가 영구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굳어지지 않을까. 그러나 조 총재는 희망을 갖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고 말한다.

“2013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IOC 총회에서 2020년 올림픽 25개 코어종목을 결정하게 됩니다. 그때까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판정시비를 없애고 미디어 친화적인 재미있는 태권도를 만들려는 WTF의 노력이 지속되면서 전세계 태권도인들의 지지가 있어야 합니다.”

조 총재는 좀더 미디어 친화적인 태권도로 만들기 위해 최근 단체전에 ‘필’이 꽂힌 듯 했다. 5명이 한 팀을 이뤄 한명씩 번갈아가며 무차별로 겨루는 이 경기는 박진감이 기존 어떤 격투기에 비할 바 아니다. 합법적인 패싸움이랄까. 프로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미 국내외에서 수차례 대회를 치른 적이 있다.

“지난해 모스크바에서 단체전 경기를 관전했는데 현지 관중들의 열기가 대단했습니다. 태권도가 프로화되면 개인전보다 단체전이 훨씬 흥미를 끌 것으로 보입니다. 클럽 대항전이나 국가 대항전, 또는 대륙 대항전 그 어떤 방식도 미디어로부터 환영을 받을 것입니다. 복장도 꼭 도복을 고집할 필요가 없지요.”

조 총재는 오는 5월 경주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를 역대 대회 중 가장 모범적인 대회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10년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는 전세계 192개 WTF가맹국 가운데 역대 최다인 150개국이 출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다른 목표는 글로벌 스포츠에 걸맞는 글로벌 스폰서를 찾는 것. 현재 호주의 맥쿼리그룹과 스폰서계약을 맺고 있지만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후원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현재 복수의 외국기업과 협상하고 있으며 5월 이전에는 협약이 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완석 부국장기자 wssu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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