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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의 사계] 茶山이 거닐던 공간

[고궁의 사계] 茶山이 거닐던 공간 기사의 사진

다산 정약용(1762∼1836)은 조선조 최고의 엘리트다. 실학을 집대성한 사상가이자, 500여권의 책을 저술한 문필가, 거중기를 발명한 과학자였다. 그의 유적은 이곳저곳 많다. 묘소가 있는 고향 마현에는 실학박물관이 들어섰고, 유배생활을 한 강진의 다산초당은 사철 순례객이 끊이지 않는다.

창덕궁도 그의 공간이다. 정조 시절, 경향의 지식인들은 부용지 주변에 산재한 도서관과 독서실에서 공부했다. 학문의 전당이자 왕립 예술아카데미였다. 다산도 이곳에서 책을 읽고, 생각을 다듬고, 풍류를 즐겼다. 임금의 총애를 받은 그는 열흘마다 시제(詩題)를 받아 글을 올렸다. ‘다산시문집’에 창덕궁에서 지은 시가 많다.

얼음과 백설로 뒤덮인 부용지는 숙연하고, 부용정은 호젓하다. 연못 위 주합루로 오르는 계단에서 청년 다산의 그림자가 보이는 듯하다. 반가워라, 책을 품은 선비의 경쾌한 발걸음. 반듯한 이마와 앙다문 입술을 가진 다산이 창덕궁 후원의 아이콘으로 다가선다.

손수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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