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학춘] 예방적 가축 살처분 명령은 위법 기사의 사진

구제역 가축 살처분 명령은 합법적인가, 또 합법적이라면 어느 범위까지 살처분 명령이 가능하며, 제2차 환경오염 책임은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 가축전염병예방법 제20조 제1항은 시장, 군수, 구청장은 가축전염병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하여 지체 없이 해당 가축을 살처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가축 살처분이 과연 유일한 예방적 조치인지, 어느 범위까지 가축 살처분 명령이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객관적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축산농가들이 연합하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가축 살처분으로 인한 손실 보상을 요구할 경우 정부는 살처분 조치의 예방적 효과를 입증해야만 한다. 만일 예방적 효과가 없었다는 것을 피해자들이 입증하면 살처분 명령을 내린 지자체는 살처분 가축에 대한 보상뿐만 아니라 살처분 가축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미래의 이익 상실까지 보상해야 할 것이고, 이 경우 해당 기관은 파산상태에 처하게 될 것이다.

객관적 판단 기준 없어

또 법률은 살처분 명령의 절차와 거리범위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기준이 없이 살처분 명령만 규정하고 있다. 해당농가에 결정적 손실을 입히고, 보상에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되고, 가늠도 할 수 없는 제2차 환경오염 재앙이 예상되는데도 현장 공무원의 판단만 믿고 살처분 명령을 내리는 것이 합법적인 행정행위로 정당화될 수 있을까. 나아가 살처분의 예방적 효과와 결정 절차 및 살처분 범위 기준도 없는 상황에서 살처분에 따른 손해 발생으로 향후 폭발적인 손해배상 소송이 이어질 수도 있다.

살처분 가축 보상액은 어느 정도이며, 만일 예산부족으로 인하여 보상이 이루어지지 못하거나 또는 미래손실의 보상소송에서 패소하는 경우 누가 배상책임을 지는가. 가축전염병예방법 제40조 제1항은 국가 또는 지자체는 ‘살처분 명령을 이행한 가축의 소유자에게 예산의 범위에서 생계안정을 위한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령에는 명확한 보상기준이 없으며, 있다 해도 보상기준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크다. 살처분 농가의 요구액과 보상기관의 산정액 간에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살처분된 가축 개체수가 200만 마리를 넘은 상황에서 타당한 기준으로 보상가격이 결정되기 어려우며, 아무리 많은 보상을 해 준다고 해도 해당 축산농가가 과거와 같은 생계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유일한 소득원인 가축이 죽었는데 해당 농가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들에게는 절망일 수밖에 없고, 이는 정부에 대한 분노로 표출될 것이다. 정부의 대응책도 한계가 있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살처분 숫자를 보면 정부 보상금 예산도 바닥날 것이 뻔하다.

지자체 보상금 파산 우려

그럼에도 정부는 객관적 가준 없이 마구 살처분 명령을 내리고 있다. 그 엄청난 환경오염의 대가는 해당 지역 나아가 모든 국민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가축전염병예방법 제22조는 ‘가축사체 소각·매몰자는 주변 환경의 오염방지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환경오염 예방조치가 선행되지 않는 즉시 살처분 명령은 규정 간 상충되는 점이 있어 위법적 요소가 있다. 살처분 매몰 이후에 하는 환경오염 예방조치는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예방효과에 대한 객관적 검증도 없는 즉시 살처분 명령은 위법이다. 과도한 보상때문에 해당기관이 파산될 위험이 있으며, 나아가 죽은 가축으로 인한 전염병 발생마저 우려된다. 살처분 조치는 즉시 중단되어야 한다. 국민들은 가축 살처분에 의하여 우리 사회가 살처분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이학춘 동아대 교수 국제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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