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기업흥망사’ 쓴 공병호 박사… “쓰러진 재벌의 역사 속에 배울 점 많아요” 기사의 사진

지난 20일 GM대우는 사명에서 ‘대우’라는 이름을 지우고 대신 ‘쉐보레’를 사용한다고 발표했다. 한때 세계경영을 꿈꾸며 ‘국민 경차’로 인기몰이를 했던 거대 토종기업의 역사가 막을 내리는 씁쓸한 순간이었다. 어디 대우뿐인가. IMF 구제금융 시기를 거치면서 국민 소주 진로, 아파트의 명가 우성, 섬유왕국 한일, 건설왕국 동아 등 한국을 대표하던 재벌들이 우르르 무너졌다.

경제전문가 공병호(51·사진) 박사는 26일 이들 기업들이 몰락한 원인으로 크게 3가지로 들었다.

“각 기업이 몰락한 직접적 원인은 제각각이겠지만 크고 넓게 살펴보면 과욕과 과신, 과속 등이 원인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업가들은 천성적으로 미래를 낙관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게 과욕을 부르고 결국 파멸로 인도했죠. 몰락한 재벌은 또 과거의 성공에 취해 자신을 과신한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그리곤 한 번의 실수로 망할 수도 있다는 기초적인 상식조차 망각했습니다. 이어 2,3세로 대를 이으면서 과속을 했어요. 창업주보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조급해진 겁니다.”

공 박사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한민국 기업흥망사’(해냄 출판사)를 최근 펴냈다. 그는 책에서 IMF 직전까지 한국 경제를 주름잡았던 20개 재벌기업들의 영광과 좌절, 몰락 뒤에 숨어 있는 속 이야기를 들려주고, 살아남은 기업들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했다. 또 각 기업들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를 제시하고 급변하는 경제 환경에서 기업이 ‘롱런’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살폈다.

그는 기업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기 위해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기업도 생명체와 같아서 탄생과 소멸을 반복하는데, 우리는 유독 패자의 역사를 외면해왔어요. 현재 승승장구하는 기업은 물론 개인들도 쓰러진 재벌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꼭 배워야할 게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책에서 기업 몰락의 배경을 무모한 사업다각화 조직관리의 패착, 사업구조 쇄신 실패, 통찰력 부재, 오너 자질부족, 급격한 환경변화와 불운, 정치권과의 불협화음 등 7가지로 꼽고 각 사례를 구체적으로 기록했다. 책에는 삼성가의 성골이었지만 사람의 장벽을 물리치지 못해 쓰러진 새한이나 숨 가쁜 유통망 확장 속에 조직의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던 뉴코아, 시장을 읽어내는 통찰력이 부족했던 나산 등의 실패사가 묘사돼 있다.

공 박사는 딱딱한 경제서처럼 분석이나 전략 제시에 주안점을 두기보다 역사서를 읽듯 한 기업의 생멸과정을 진솔하게 기록하는 한편 독자에게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문제의식을 품도록 했다. 그는 “우리 인생사처럼 기업들도 교만해지는 순간부터 쇠락의 길을 걸었다”며 “100년 기업이 되려면 사람을 최우선으로 여기면서 초심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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