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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박현동] 진중권 遺憾

[데스크시각-박현동] 진중권 遺憾 기사의 사진

진중권의 논리는 명쾌하다. 그의 말 한마디, 그의 칼럼은 촌철살인의 예리함을 갖추고 있다. 때론 그의 말과 글에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진중권의 매력이다. 천재성도 번득인다. 여기에 지식과 정연함까지 갖추었다.

그래서 진중권과 논리 다툼을 하는 것은 모험이다. 자칫했다간 ‘봉변’을 당할 수도 있다. 더욱이 ‘기술’까지 있다. 상대 주장의 허구성을 교묘하게, 그러면서도 집중적으로 접근하는 기술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가끔 상대의 인간적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조롱하듯 비꼴 때도 있다. 상대가 나이가 많든 적든, 지위가 높든 낮든 가리지 않는다. 여기에 말려들면 꼼짝없이 당하고, 채신머리없는 사람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이것은 진중권의 ‘경쟁력’이다.

분명히 밝히지만 그와 논리 다툼을 할 생각은 전혀 없다. 내가 그의 주장에 무조건 동의하지 못하듯 그 역시 나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서로의 생각이 다르다고 한쪽이 옳고, 다른 한쪽이 틀렸다고 할 수 없다. 관점에 따라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따라서 내 생각을 강요하거나 내가 옳다고 할 뜻은 추호도 없다.

전지전능한 인간은 없다. 진중권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그가 트위터를 통해 네티즌과 벌인 논쟁은 유감이다. 상습도박, 외환관리법, 여권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방송인 신정환씨가 지난 19일 명품 옷을 입고 귀국한 것과 관련해 네티즌들의 비판이 가해졌고, 일부 언론이 거론하자 진중권은 “남이 뭘 입든 자기들이 왜 기분 나쁜지…” “거지꼴로 나타났으면 쇼 한다고 욕할 거면서”라고 타박했다. 기자들을 향해선 “클릭 수 올려 사적 이익을 취하는 찌라시 언론의 허접한…”이라고 깎아내렸다.

그는 논쟁의 주제를 명품 옷에서 도박의 범죄행위 여부로 확대했다. 진중권은 “도박은 남에게 해를 끼치는 범죄가 아니라 자신에게 해를 끼치는 질병”이라고 했다. 이어 “(도박이 범죄라면) 강원랜드에 범죄자들이 득실거리는데 왜 검거를 안 하는지”라고 되물었다.

사실 그의 말대로 신정환씨가 무슨 옷을 입었든 그것은 범죄행위의 구성요건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논리 측면에서 그의 주장은 명백히 맞다. 때문에 논쟁이 될 사안도 아니다. 서로 관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논쟁은 소모적으로 흘렀다. 진중권은 유치하고도 자극적인 단어를 끌어댔고, 논쟁은 핵심을 벗어났다. 언어를 희롱한 셈이다. 이즈음 인터넷에는 ‘진중권’이라는 단어가 검색어 상위에 올랐다. 클릭 수가 급증했다. ‘찌라시 언론의 허접한 기자들’과 무엇이 다른가?

현행법은 상습도박을 범죄로 규정한다. 하지만 도박을 범죄가 아닌 질병으로 봐야 한다는 그의 견해는 상당히 일리가 있다. 도박은 상습성이 강하고 자기파괴적이기 때문에 그렇다. 충분히 고민해볼 만한 화두인데도 너무나 가볍게 주장을 전개하는 모습은 진중권답지 않다. 트위터가 사적 공간이긴 하지만 공개돼 있고, 더욱이 그에겐 6만6000여명의 팔로어가 있지 않은가. 좀 더 진중하게 화두를 던졌으면 어떠했을까? 그의 주장은 하나의 여론이 될 수 있기에.

감히 그대로 옮길 수 없을 정도로 표현은 거칠다. 빈정거리듯, 깔보는 듯한 그의 어투에서 배려는 찾을 수 없다. ‘어격(語格)’이나 ‘언격(言格)’은 인격(人格)의 요체다. 진중권식 화법은 일종의 인격 살인이다.

중국 당나라 재상 풍도(馮道)는 사람의 혀를 칼에 비유했다. 그는 ‘설시(舌詩)’편에서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요,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다(口是禍之門 舌是斬身刀)라고 했다. 칼에 찔린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낫지만 말에 찔린 상처는 시간이 지나도 아물지 않는다고 하지 않는가.

비논리적이라고 반박할지 모르겠다. 비본질적인 사안을 가지고 꼬투리 삼느냐고 할 수도 있겠다. 물론 누구나 생각할 자유는 있고, 그 생각을 표현할 자유도 있다. 이는 원초적 권리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자신의 말이 타인의 자유를 제한할 때,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때는 경우가 다르다. 형식이 내용보다 더 중요할 때도 있다.

박현동 인터넷뉴스부장 hd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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