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종 칼럼] 개헌, 위험한 장사가 많이 남는다? 기사의 사진

기업가의 이윤을 설명하는 학설들 중에 위험부담설이라는 게 있다. 기업을 하다가 손해 볼 위험을 무릅쓴 대가가 이윤이라는 것이다. 경제학을 공부하지 않은 우리네 갑남을녀들도 이 정도는 알았다. “위험한 장사가 많이 남는다”는 속담이 쉽게 풀어쓴 위험부담설 아니겠는가.

쉽게 안 풀리는 개헌 방정식

이명박 대통령, 이재오 특임장관 등 여권 수뇌부가 위험한 장사를 하는 것 같다. 지난 23일 밤 회동을 갖고 개헌 추진 의지를 다시 확인했다. 설 연휴가 끝난 뒤엔 한나라당 의원총회를 열어 당내 개헌추진 기구와 국회 개헌특위를 구성하는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주류는 종래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부각시키며 외치와 내치를 각각 대통령과 총리가 나눠 맡는 이른바 분권형 권력구조로의 개헌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것이 차기 대권경쟁에서 독주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카드가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그래선지 최근 들어 권력구조가 아닌 다른 분야도 손질하고, 분권형뿐 아니라 내각제, 대통령 4년 중임제 등 모든 형태의 권력구조에 관해 다 논의하자는 쪽으로 선회했다. 대통령 4년 중임제를 거론한 바 있는 박 전 대표를 의식한 포석으로 보인다.

주류는 개헌에 꽤 자신감을 갖고 있다. 민주당 등 야당은 집권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권력 분점이 가능한 내각제나 분권형 등으로의 개헌에 동참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지금은 대권가도에서 선두를 달리는 박 전 대표도 앞날이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여서 대통령 후보 보장 등을 카드로 빅딜하면 성사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보는 듯하다.

그러나 개헌 정국이 여권 주류의 의도대로 흐를지는 극히 회의적이다. 우선 민주당은 개헌을 하기엔 너무 늦었을 뿐 아니라, 여당 내 의견 조율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슨 개헌이냐며 냉소적 반응이다. 또 민주당의 낮은 집권 가능성에 대해선, 노무현 전 대통령도 선거 2년 전쯤 여론조사에선 지지율이 2∼3%였다며 앞으로 대세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입장이다.

더 큰 장벽은 개헌 추진을 박근혜 대세 흔들기로 보는 친박계의 태도다. 주류가 개헌을 계속 추진할 경우 세종시의 수모를 다시 겪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박 전 대표의 독주가 계속되는 한 그의 눈치를 볼 친이계 의원이 늘어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게 권력의 속성이다. 또 개헌에 찬성하는 의원들까지도 그 방향은 여러 갈래여서 통일된 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사정들을 감안할 때 개헌에 필요한 국회 재적의원 3분의2, 즉 200명 이상을 확보하기가 지난할 것으로 보인다.

주류는 이와는 별개로 개헌의 성패를 떠나 이 이슈를 정국의 중심에 던짐으로써 박 전 대표가 독주하고 있는 차기 대권구도를 불투명하게 만들어 정국의 주도권을 유지하고 레임덕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차기의 그림을 흐리게 함으로써 힘의 추가 미래의 권력에 쏠리는 것을 막고 차기 구도를 새로 그리는 데 주류의 영향력을 최대화한다는 계산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대박과 쪽박은 동전의 양면

여권 내 주류는 개헌을 시도해서 되면 정말 다행이고 안 되더라도 별게 없지 않으냐, 밑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기자가 보기에 주류의 개헌 시도는 매우 큰 정치적 도박이다. 성공하면 정국 주도권을 유지하여 레임덕을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차기 대권 구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등 엄청난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 그러나 실패하면 정국 주도권은 야당이나, 여권 내 박근혜계로 넘어가고 레임덕이 가속화돼 차기 대권구도는 물론이고 총선에서도 영향력을 잃게 돼 속된 말로 쪽박을 찰 수도 있다.

여권 내 주류는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개헌의 성공 가능성이 보인다면 모르되 만일 아니다 싶으면 빨리 접어야 한다. 오는 2월 8일의 개헌 의총은 이를 가늠해볼 수 있는 좋은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위험한 장사가 많이 남는다는 것은 그만큼 크게 손해 볼 가능성도 안고 있다는 다른 표현인 것이다.

부사장 wjbaek@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