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오종석] 중국의 ‘춘제 이혼’ 기사의 사진

중국 난징(南京)에 사는 한 바링허우(80後:1980년대 출생자) 부부는 최근 춘제(春節·설)를 앞두고 이혼 소송을 냈다. 난징 쉬안우(玄武) 법원에 제출한 이혼 사유는 ‘감정 차이’다. 법원 측은 부부를 불러 확인한 결과 평소 가정생활이나 애정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두 사람이 외동아들, 외동딸이라는 게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남편 천쥔(陳軍)은 산둥(山東)성 출신이고, 부인 주샤오민(朱曉敏)은 장쑤(江蘇)성 출신이다. 연애 시절이나 2008년 결혼 당시만 해도 누구의 집에서 새해(춘제)를 보내야 하는지가 심각한 문제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중국에서도 춘제는 민족 최대 명절이다. 2009년 첫 춘제 때는 결혼 후 처음 맞는 새해 풍습에 따라 주샤오민이 남편 고향으로 향했다. 하지만 고향에서 쓸쓸히 새해를 맞을 부모님이 마음에 걸렸다. 산둥으로 향하면서 남편에게 다음해는 장쑤성으로 가자고 제안했고, 그도 이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지난해 춘제가 되자 남편은 돌변했다. “처가에서 춘제를 보내는 건 말도 안 된다”며 또 다시 자신의 부모님이 있는 산둥만을 고집했다. 주샤오민은 다시 남편의 뜻에 따랐다. 올해 춘제를 앞두고 주샤오민은 “결혼하고 2년 연속 산둥에 갔으니 이번에는 내 부모님이 계신 장쑤로 가자”고 남편을 설득했다. 그러나 남편은 외동아들이자 장손으로서, 반드시 자신의 고향으로 가서 새해를 맞아야 한다고 또 다시 고집을 부렸다. 산둥에선 남자의 권위를 매우 중요하게 여겨 만약 부인과 함께 고향에서 새해를 맞지 않으면 일가친척과 친구들로부터 비웃음을 살 것을 의식해 강경한 태도를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이 문제로 최근 계속 다퉜지만 남편은 끝까지 고집을 버리지 않았다. 주샤오민은 남편이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고, 자신의 부모를 더더욱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녀는 법원에 이혼 서류를 내자마자 짐을 싸 고향인 장쑤로 가버렸다. 쉬안우 법원 측은 최근 이 같은 이유로 ‘춘제 이혼’ 소송이 부쩍 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일 ‘어디에서 새해를 맞을 것인가’가 젊은 부부들에게 이혼의 도화선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중국 인터넷에서도 요즘 ‘누구 집에서 새해를 보내야 하느냐’가 핫이슈다. 가정의 평화를 위한 해결 방법으로 다양한 의견도 등장한다. 우선 양가를 모두 방문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춘제 전에 먼저 부인 고향으로 갔다가 춘제 전날 밤 남편 고향으로 가는 방식 등이다. 하지만 중국 땅덩이가 워낙 넓고 춘제 때 열차표 등 교통편을 마련하기가 만만치 않아 한계가 있다. 서로 상대방 고향에서 번갈아가며 새해를 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으로 꼽히지만 천쥔 부부처럼 남편들이 쉽게 양보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현상은 덩샤오핑(鄧小平)이 1978년 개혁개방 직후 ‘한 가구 한 자녀’ 정책을 실시한 이후 외동아들, 외동딸이 많아졌고, 이들이 결혼하면서 생겨나고 있다. 바링허우들이 이제 막 부부생활을 시작하면서 사회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평시에도 이들은 부모 부양 문제로 부부 간 갈등이 많다. 특히 양가 부모가 모두 신체적으로 불편하거나 고령인 경우 누구 부모를 모시고 살아야 할 것인지가 갈등을 일으키곤 한다.

상하이대학 사회학과 덩웨이즈(鄧偉志) 교수는 “대부분 자녀가 외동아들, 외동딸이어서 문제가 발생한다”며 “특히 바링허우는 남녀평등을 매우 중시해 어느 한쪽 가정에 치중하는 건 합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화둥대학 사범대 구이스쉰(桂世勛) 교수는 “누구 집에서 새해를 맞는가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평소 양가 부모들과 정신적 교류를 자주 갖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국에서도 갈수록 외동아들, 외동딸이 늘고 있다. 중국의 경우를 타산지석 삼아 평소 양가 부모를 자주 찾아뵙고, 설 명절 등엔 부부가 공평하게 상대방을 배려하는 게 좋겠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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