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 옛 그림] (57) 다복함이 깃드는 집안 기사의 사진

‘가장’이란 말에 덮인 봉건적 권위는 요즘 시대에 도리질당해도 그 본색은 수고와 희생이 앞서기에 경건하다. ‘장’은 높고 크고 넉넉하다는 의미를 아우른다. 글자꼴도 심상찮다. 수염과 머리카락이 넘실한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있는 모양이 ‘장(長)’이다. 가장은 가족의 안녕과 행복을 보듬는 긴 세월의 울타리다.

든든한 가장을 둔 가정의 모습은 단원 김홍도의 그림 ‘자리 짜기’에 여실하다. 방건을 쓴 남편은 손이 곱고 얼굴선이 부드럽다. 단정한 자태로 짐작건대 문자속이 든 사족(士族)일시 분명하다. 그가 가사를 거드는 이유는 집안이 한미하고, 문약(文弱)한 탓에 힘 나가는 바깥일을 못하기 때문이다. 애써 열중하는 표정이 그래서 미덥다.

옛사람들은 부들이나 갈대, 귀리나 왕듸 따위를 베어 햇볕에 말리고 꼬아서 자리를 만들었다. 얕은 자리틀 앞에서 남편은 걷어붙인 손으로 곱돌 추를 부지런히 넘긴다. 수십 줄이 넘는 자리 하나 만드는 데 한나절이 짧다. 아내는 고치에서 실을 뽑기 위해 물레질한다. 다가올 철에 맞는 가족의 옷을 준비하기에 바쁘다. 두 손 섬마섬마 놀리는 티가 설지 않다.

남편과 아내의 일 꾸밈새는 평화롭기 그지없다. 부부는 가사 분담이 몸에 익었다. 믿음직스럽기는 아들이다. 등을 돌린 채 글 읽기에 빠져든 아들은 집안의 들보다. 꼬챙이를 쥐고 글자 하나하나를 짚어가며 음송하는 저 더벅머리도 장차 입신하게 되면 부모를 떠받드는 가장이 될 것이다. 양친이 곤고한 날들을 보내며 어이 처신했는지, 그는 지켜보았다. 머즌일 마다 않고, 혼잣손 다잡는 윗대와 아랫대, 다복한 집안의 본보기가 무릇 이러하리라.

손철주(미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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