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만 칼럼] 미국과 무슬림형제단의 게임 기사의 사진

“미국은 자신이 키운 이슬람 전사들을 대화 상대로 맞아들이게 될 것인가”

이집트 권력구도가 안갯속에 휩싸여 있다. 뉴욕타임스는 7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달 초 무바라크 대통령과 전화 통화로 권력을 넘길 것을 촉구한 이후 핫라인을 완전히 단절시켰다고 보도했고, 그 후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술레이만 부통령을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술레이만은 광장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시위 초기 국제적인 조명을 받았던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은 현저히 비중이 낮아진 형국이다. 현재 미국은 무척 난감해 보인다. 손잡을 카드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미국과 이집트 광장의 이해관계가 맞지 않을 경우 이집트 사태는 장기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크고, 그렇게 된다면 세계에 메가톤급 후폭풍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이 반정부세력 ‘무슬림형제단’(MB)의 움직임이다. 불법단체로 지정돼 공식 활동이 금지돼 왔던 무슬림형제단은 시위 초반 데모전위대 정도였을 뿐이었다. 이들은 어떤 정치적 슬로건을 내세우지 않고 철저히 몸을 낮추며 시위의 흐름을 주도해 왔다. 그러다가 여권에 뚜렷한 대안으로 떠오르는 주자가 나타나지 않고 야권도 지리멸렬해지자 이집트 정부와의 공식 대화 파트너로 급부상했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무슬림형제단의 역할은 더 커지고, 만약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선거가 진행될 경우 이들의 약진은 서방세계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해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조직력이 그만큼 뛰어나고 지난 수십 년간 무바라크 정권 아래서 박해받은 밑바닥 층의 지지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여기에 하루에 다섯 번씩 기도하는 ‘살랏’이 광장의 선동성을 가미하게 될 경우 날로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흥미를 끄는 것이 있다. 미국이 다시 ‘전사’들을 상대할 수밖에 없도록 전개돼 가는 역사적 아이러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 불리한 것은 일단 인정하지 않는 전통을 가진 미국의 유력 언론들도 대부분 무슬림형제단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무슬림형제단이 유력한 세력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무시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집트 정부의 대화 파트너로 부상했고 군중적 영향력이 가장 뛰어난 이들을 끝까지 무시할 자신감이 있을까.

1928년 초등학교 교사였던 22세의 하산 알 반나가 창설한 무슬림형제단은 이슬람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원리주의 단체다.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를 국법으로 채택할 것을 주장하는 이 단체는 공식적으로는 폭력 사용에 반대하지만 과격 급진운동의 효시로 꼽히고 있다.

1979년 이란이 호메이니에게 장악되고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자 소련의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해 미국 지원 아래 사우디아라비아가 자금을 대고 파키스탄이 장소를 제공해 탄생시킨 것이 아프간 남부-파키스탄 북부의 이른바 ‘전사(무자헤딘)들의 학교’다. 무슬림형제단의 사상을 전범으로 삼은 이 학교 전사들의 우상이 오사마 빈라덴이요, 알 자와히리 같은 인물들이다.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아프간을 지배하며 악명을 떨친 탈레반도 바로 이 학교 출신 전사들이다.

이 같은 줄기를 형성한 무슬림형제단이 부상한다면 오바마 대통령은 최대의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 벌써부터 1952년 이집트 자유장교단 혁명, 1967년 3차 중동전쟁, 1979년 호메이니의 이슬람혁명에 이은 이슬람 네 번째의 대사건이 될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이스라엘과 아랍의 충돌 역시 피해갈 수 없다. 프랑스 비평가 기 소르망은 300만명의 이스라엘인들이 2억명의 아랍권에 대응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숫자는 승부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인”이라며 유대인의 패배를 예상한 바 있다. 무바라크와 유사한 체제를 유지시키려는 미국이 승리할 것인가, 성공한 적이 없는 아랍 민족주의의 또 다른 시험장이 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민주주의의 길이 열릴 것인가. 세계의 눈길이 워싱턴과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 쏠려 있다.

수석 논설위원 s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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