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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의 사계] 딱따구리가 요란하다

[고궁의 사계] 딱따구리가 요란하다 기사의 사진

꾜곡 꾜곡, 키욧키욧∼. 큰오색딱따구리의 작업이 시작됐다. 창덕궁 후원의 적요를 깬다. 소리가 워낙 요란해 행방이, 작업장이 쉽게 노출된다. 가정당(嘉靖堂) 주변의 나무에서 드러밍(drumming)하고 있는 새. 나뭇조각 하나가 낙하하고 있다.

딱따구리의 드러밍은 세 가지다. 사랑할 때, 집 지을 때, 먹이를 찾을 때. 구애의 드러밍은 뚜루루룩∼소리를 내며 미성을 뽐낸다. 주택을 건축할 때는 생나무에 구멍을 뚫는다. 먹이를 위해서는 허술한 나무를 두드려 속에 있는 벌레를 반쯤 기절시킨 뒤 긴 부리로 꺼내 먹는다. 해충을 없애 나무를 재생시키니 ‘숲의 외과의사’라 불린다.

나무를 다루는 솜씨도 놀랍다. 접지력 강한 발톱으로 나무를 꽉 붙잡고 꽁지로는 중심을 잡은 뒤 부리로 상하좌우 골고루 쪼아 둥근 구멍을 낸다. 그렇게 격렬히 두드리면 머리가 아프지 않을까. 다행히 두개골 뒤쪽에 스펀지 같은 게 있어 충격을 흡수한다고 한다.

손수호 논설위원 shsh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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