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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김의구] MB의 집권 4년차

[데스크시각-김의구] MB의 집권 4년차 기사의 사진

임기 4년째를 맞은 대통령은 업무 능력이 최고조에 달한다. 생소했던 청와대 생활에 익숙해지고, 국정 각 부문에 대한 이해가 한층 깊고 넓어진다. 취임 이후 공들여 구축해온 진용의 움직임도 원활해져 업무 추진력이 배가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대통령의 영향력은 감소한다. 차기 주자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기 때문이다. 권력 주변은 점차 공동화되고 국민들의 기대도 차기 권력으로 옮아간다.

이런 불균형 감각 때문에 종종 최고국정운영자의 눈귀가 두꺼워진다. 이른바 ‘4년차 증후군’이다. 임기 말로 갈수록 아집에 매여 레임덕을 자초하기도 한다. 5년 단임 대통령제가 도입된 1988년 이후 취임한 4명의 전직 대통령은 거의 예외 없이 이 증후군을 겪었다.

지난 1일 신년 방송좌담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 4년을 맞는 심경을 비교적 소상히 밝혔다. 이 대통령은 “아직 2년 남았나 생각한다”면서 “4년차라 해서 여러 이야기를 하는데 조금 다르게 느낀다. 할 일이 더 많아졌다”고 소회를 털어놨다. 서울시장에서 퇴임하던 당일 오후 5시까지 근무했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임기 끝까지 업무에 전념할 것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생각의 배경에 대해 이 대통령은 “나는 사실 정치인 출신이 아니다. 대통령이 될 때도 경제 대통령으로서 일자리를 만들겠다면서 당선된 사람”이라며 “이는 과거와 다른 형태의 정치 시도”라고 설명했다. 임기 말 권력누수란 과거 권력을 행사하던 사람들에게나 적용되는 것이지 자신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는 생각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이런 태도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취임 이후부터 여의도 정치권과 거리를 둬 왔다. 인사에서는 세간의 평가보다는 함께 잘 일할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지인들을 선택했고, 일단 선택한 다음에는 쏟아지는 악평 속에서도 두터운 신뢰를 보내곤 했다. 일에 관한 한 워커홀릭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몰두했다. 이런 리더십은 기존의 정치가형 리더십과 대비돼 ‘CEO식 리더십’이라 불리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3년차이던 지난해 세종시 수정 문제를 들고 나와 논란을 불렀다. 이어 4년차 연초부터 개헌 논의의 불을 댕기고 있다. 방송좌담회를 거치면서 국제 과학비즈니스벨트 문제도 본격적인 논란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대통령 스스로는 이 사안들이 정치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보는 듯하다. 정파를 초월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선택해야 할 사안이라거나 이해관계를 떠나 정부 기구에서 과학적으로 결정하면 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실상 이들 사안은 지극히 정치적인 사안이다. 정파나 현실정치의 역학관계를 초월해 다루려고 해도 그러기 어려운 이슈들이다. 그런데도 이를 계속 비정치적이라고 하거나, 비정치적으로 풀 것을 주창한다면 자칫 무책임하다는 비난에 봉착할 수 있다. 나아가 대통령 스스로가 결국 정치인이며, 그것도 정치의 최고봉에 설 수밖에 없지 않은가.

정치적 사안들은 정치 이슈답게 다뤄야 마땅하다. 이슈를 제기하기 전에는 정치적 부담들을 면밀히 따져봐야 하고 충분한 의견수렴을 해야 한다. 지나치게 힘에 부치거나 결론이 난망이라면 다음으로 미루는 게 오히려 지혜일 수 있다. 일단 실행에 옮겼다면 최대한 민심을 모으고, 설득의 소통력과 정치력을 발휘해 사안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세계 경제위기 직전에 임기를 시작했고 첫해부터 촛불 시위로 인해 국정운영의 이니셔티브에 위기를 겪었다. 이 때문에 임기 초반 하고 싶었던 숱한 일들을 실행조차 못했다는 미련이 많을지 모른다. 늦은 시점이고,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이 예상되더라도 미래 한국을 위해 이 정도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결심이 섰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임기 초보다 더 여야 정치권을 향해 마음을 열고 참모들의 진언과 민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어려운 일일수록, 임기만료가 다가올수록 좌우의 폭을 넓히고 정치의 귀를 여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김의구 정치부장 e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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