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임한창] 덕을 세우는 언어 기사의 사진

푸른 초원에 네 마리의 황소가 한가로이 뛰놀고 있었다. 황소들은 잠을 잘 때나, 풀을 뜯을 때도 꼭 붙어서 지냈다. 가끔 맹수의 공격을 받을 때도 있었지만, 서로 몸을 붙이고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했다. 초원의 사자 한 마리가 호시탐탐 황소를 노렸다. 황소 네 마리를 한꺼번에 공격하는 것은 무리였다. 그래서 꾀를 냈다. 황소를 흩어놓으면 차례차례 공격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어느 날 사자가 무리에서 조금 이탈한 황소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속삭였다.

“다른 황소들이 네 흉을 보더라.”

표정이 싹 변했다. 사자는 다른 황소들의 귀에 같은 내용으로 속삭였다. 그때부터 황소들은 아주 서먹서먹한 사이가 되고 말았다. 그들은 다른 세 마리가 자신을 욕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황소들은 이제 풀을 뜯을 때도 서로 멀찍이 떨어졌다. 잠을 잘 때도 네 귀퉁이에 자리를 잡았다. 황소들의 마음에 불신의 씨앗이 점점 커졌다. 사자는 우정에 금이 간 황소들을 한 마리씩 공격해 네 번의 멋진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불신의 말이 독이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불신의 말이 얼마나 치명적인가를 잘 보여주는 이야기다. 그런데 세상을 살다보면 이런 경우를 참 많이 겪는다.

조직과 공동체를 붕괴시키는 가장 무서운 바이러스는 ‘불신의 말’이다. 가정과 사회, 직장과 교회도 그렇다. 잘못 내뱉은 말 때문에 공동체가 무너지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말실수로 망신을 당한 사람들도 많다. 정치인의 말실수 여파도 크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이 성직자의 말실수다. 교인을 향해 선포되는 목회자의 메시지는 엄청난 파괴력을 갖기 때문이다. 교회는 서로에게 덕을 세우는 말을 하는 사람들의 공동체다.

미국의 한 여성지가 자녀를 둔 어머니들이 절대 사용하지 않아야 할 다섯 가지 말을 발표한 적이 있다. 불신의 언어가 자녀들에게 얼마나 심각한 해독을 끼치는가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 위험한 다섯 마디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너는 왜 다른 애들처럼 못하니?” - 다른 아이들과 비교당하며 자란 자녀는 열등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리고 부모에게 반감을 갖게 된다.

“바보 같은 놈.” - 자녀는 매사에 자신감이 없고 부정적이 된다.

“내가 너를 왜 낳았을까.” - 자녀에게 삶의 의미를 빼앗아간다.

“도대체 네가 몇 살이냐.” - 비관주의로 가득 찬 자녀가 된다.

“시끄럽다. 제발 입 좀 닥쳐라.” - 대화를 거부하는 어머니로 인해 자녀는 점점 폐쇄적인 성격으로 변한다.

그리스도인은 긍정의 말을 하는 사람이다. 러시아 속담에 ‘구설수가 사람을 죽인다’는 말이 있다. 가시 돋친 한마디가 비수처럼 상대의 가슴을 찌르기도 한다. 교인들의 구설수 때문에 상처받는 목회자도 있고, 교회를 옮기거나 신앙생활을 중단한 사람도 있다. 혀는 가장 무서운 살상 무기다. 쓴 말 한 마디는 백 마디 위로의 말로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무책임한 구설수가 한 인간을 매장시킬 수도 있다.

혀가 사람을 죽인다

그러나 위로의 말, 격려의 말, 사랑의 말은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런 말은 조직을 건강하게 만든다.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좋은 말은 양약보다 낫다. 그리스도인은 말을 아껴야 한다. 말을 많이 하면 쉽게 피곤이 찾아와 수명을 깎아먹는다고 한다. 말이 적은 사람들이 장수한다는 보고도 있다. 수도사, 목동, 청각장애인들이 대체로 장수하는 것을 보면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교회에도 황소를 노리는 초원의 사자와 같은 신자들이 있다. 그들은 부정적인 언어를 퍼뜨려 조직을 붕괴시킨다. 불신의 말을 차단하는 것이 바른 신앙생활의 비결이다.

임한창 종교국장 hcl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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