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선우] 정무직 인사의 문제점과 원칙 기사의 사진

감사원장, 장관, 차관 등 대통령이 임명하는 정무직 인사가 현 정부 들어 난맥상을 보인다고 흔히들 이야기한다. 최근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사퇴로 이런 비판은 한 번 더 확인되고 있다. 무릇 모든 세상일의 결과는 그 원인을 가지고 있을진대, 왜 이런 비판을 받는 것일까? 청와대 내에서 이루어지는 정무직 인사과정을 자세히 알기는 어렵지만 결과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만 유추한다면 세 가지 정도의 문제를 지적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고위직 인사는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각종 인적 정보자료를 활용해 후보군을 선택하게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사심이나 정치적 선호 없이 뽑고자 하는 분야에 전문성이나 경험을 가진 정말 좋은 사람을 선택하겠다는 의지다. 이 의지를 갖고 있을 때 후보자를 선택할 수 있는 인력풀의 범위는 넓어지고 최고의 후보군을 선택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런데 선거를 도와준 공신들과 그 주변인들을 뿌리치면서까지 아무런 공헌이 없고 정치적 사고나 철학을 확신할 수 없는 사람들, 특히 지난 정권 사람들로 분류되는 이들을 추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후보군의 폭은 좁아지고 이미 같이 일해 본 경험이 있거나 과거부터 알고 있으면서 검증받아 신뢰하는 사람을 선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민의 수용 여부 감안해야

둘째, 후보자들의 자료에 대한 정확한 해석과 판단이 중요하다. 정말로 사심 없이 좋은 사람을 추천하였다 하더라도 후보군을 압축해 가는 과정에서 판단의 기준이 되는 자료가 정확하지 않거나 그 자료를 잘못 해석하면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아무리 철저히 했다고 하더라도 후보자가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않거나 검증하는 측에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언론이나 야당 등에서 쉽게 알아낼 수 있는 정보도 놓치고 만다. 더 큰 문제는 판단의 기준이 일반 국민의 것과 동떨어지는 경우다. 이번 정부의 후보자 추천과정을 보면서 느끼는 점은 도덕성, 윤리성이나 사회적 수용성보다 전문성이나 능력을 높게 평가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장관 등 정무직의 인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국민들의 수용성일 것이다. 정치권이나 사회 각계각층, 언론 등으로부터의 선호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언론 통한 사건검증 필요

셋째, 같은 맥락에서 이번 정부는 후보군 검증에 언론을 이용하지 못한다는 안타까움이 있다. 과거 정부들은 후보자 이름을 언론에 미리 흘려 사전 검증을 받는 전략을 사용했다. 후보군을 압축해 나가는 과정에 여러 경로로 이름을 흘려 사전 검증과정을 거치는 것이 정권에 미치는 부담감도 줄어들게 된다. 그런데 이번 정부는 그 같은 사전검증 노력이 적어 인사난맥상을 보인다는 비판을 받는 것 같다.

손자는 병법서에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조건으로 다섯 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인사검증에 적용해보면 정치(道·정책결정의 정치과정), 천시(天·행정상황 및 여론), 지리(地·적용대상), 장수(將帥·관리자), 법제(法·법제도) 등 다섯 가지의 기준을 들 수 있다. 즉 정무직 인사(將帥)를 하는 데 정치과정(道)을 무시할 수 없으며, 여론(天)을 중히 하고, 그 자리(地)에 정말로 적합한 사람인지 면밀히 파악하되, 법제도(法)에 어긋남이 없이 충실한 삶을 살아왔고 사회지도층으로서 부끄러움이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무직 인사 후보 자격인 장수의 역할을 지신인용엄(智信仁勇嚴)이라 하여 지혜를 갖추고, 신의가 있어야 하며, 어질고 용기가 있되 자신에게는 엄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사람을 후보자로 선택하고 후보자로 선택받은 사람은 자신이 이런 기준에 적합한지 냉철히 판단하여 후보직을 수락해야 정무직 인사를 둘러싼 논란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이선우(방송통신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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