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곤 칼럼] 시민혁명 그리고 북한 기사의 사진

무하마드 호스니 무바라크가 현지시간으로 11일 하야를 선언했다. 1981년 10월 집권했으니 대통령 자리 차지하기가 올해로 30년째다. 87년 대통령 선거에서 97%의 지지를 얻었다. 최근의 대선이었던 2005년 선거에서도 88.6%라는 높은 지지율을 자랑했다.

그를 전폭적으로 지지했던 국민과 그를 몰아낸 국민이 다르지 않다. 선거 득표율은 강요된 수치였을 뿐이다. 독재자들은 쫓겨나는 순간까지 인기를 조작하고 거기에 도취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그렇게 권력을 재충전하면서 몸집과 욕심을 부풀려간다.

평양에도 정치의 봄 올까

국내외 언론들은 튀니지와 이집트를 휩쓴 시민혁명의 풍향을 예측하기에 바쁘다. 80년대 말에 시작됐던 동구 공산정권들의 도미노식 붕괴 과정을 떠올리며 아프리카·중동 지역의 민주화 태풍이 몰아칠 방향을 예상하는 것이다. 알제리, 예멘, 이란 등 이미 저항운동이 시작된 나라들은 물론이고 요르단, 시리아 등도 후보군에 올리고 있다.

아주 멀리 떨어진 지역이긴 하지만 북한에 대한 파급 가능성도 당연히 관심사다. 부자가 대를 이어 60여년간 통치해온 곳,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이름의 김씨 왕조다. 인민의 복종을 강요하려면 최소한 의식주는 해결해줘야 할 텐데도 북한 정권은 오히려 기아를 통치수단으로 삼고 있다. 굶기면서 그 탓을 외부의 적에게로 돌리는 수법이다. 지금까지는 성공적이었지만 그리 오래갈 것 같지는 않다. 굶주림은 결국 인민의 저항을 초래하게 마련이다.

이와 함께 북한 체제를 위협하는 것은 외부 정보의 유입이다. 20년 전에 일어났던 동유럽 민주혁명의 배경에는 TV가 있다고들 했다. 이번 튀니지 및 이집트의 민주혁명은 SNS, 즉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의해 촉발되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동구 공산정권들의 전면적 궤멸 상황 속에서도 북한 정권이 존속할 수 있었던 것은 사회를 철저히 폐쇄한 덕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여전히 세계적 통신 낙후 지역이지만 인터넷과 휴대전화가 부분적으로는 보급돼 있다. 극히 소수가 사용한다 해도 외부 정보를 유입시키는 통로로서는 부족하지 않다. 이미 북한도 ‘알 사람은 다 아는’ 사회가 된 것이다.

독재비용 지원은 죄악이다

그렇다면 시민혁명의 바람을 차단하거나 다른 데로 돌리기는 거의 불가능해졌다. 겨울을 몰아내는 봄은 느끼지 못하는 새 바람에 묻어 퍼지고 얼음장 밑으로 스며 흐른다. 평양의 봄도 그렇게 올 것이다. 당장 체제 붕괴 같은 사태가 발생하지는 않더라도 인민 사이에 집단적 조직적 저항의 기운이 싹트는 계기는 될 게 틀림없다.

약간은 다른 얘기지만 이집트 무바라크 정권 붕괴에 대한 국내 언론들의 시각 차이가 흥미롭다. 보수 매체들은 시민봉기의 원인을 장기집권과 경제난으로 돌린다. 반면 진보 매체들은 ‘친미정권의 붕괴’에 초점을 맞추는 인상이다. 이에 따라 향후 전망도 아주 다르다. 전자는 북한을 비롯한 장기집권의 독재정권들이 위기에 처했다고 본다. 후자는 미국의 국제적 입지 위축 가능성과 그 정도에 주목한다. 어느 쪽이든 전적으로 옳고 그르다고 하기는 어렵다. 아마도 이런 현상들이 복합적 양상으로 나타날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이집트 인민들이 미국에 대해 적개심을 갖고 있다면 그것은 자신들을 핍박하는 독재정권을 비호하고 지원해 왔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80년대 우리가 경험했던 민주화 운동도 반미 투쟁의 양상으로 전개됐었다. 물론 같은 이유에서였다.

그렇다면 북한에 대해서는 어떻게 말해야 할까. 인민을 탄압하는 정권은 반드시 무너진다. 그게 인류사의 경험칙이다. 훗날 북한의 인민들이 주권을 회복할 때 우리는 그들에게 어떤 동포, 어떤 이웃으로 평가될지 걱정스럽다. 다른 것은 몰라도 독재의 비용을 부담함으로써 그쪽 인민들의 고통을 연장시키는 데 한몫 한 세력으로 기억되는 일만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정의’를 유난히 좋아하는 (일부의) 정치인과 언론인 여러분, 정의를 능동적으로 실천하지는 못하더라도 그것을 짓밟지는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진곤 논설고문(경희대 객원교수 jing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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