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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의 사계] 자경전 수놓은 매화 그림

[고궁의 사계] 자경전 수놓은 매화 그림 기사의 사진

경복궁 관람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곳이 자경전(慈慶殿)이다. 궁궐의 동선 자체가 근정전-사정전-강녕전-교태전으로 직선이고, 서쪽으로 꺾어서 경회루, 북쪽으로 향원지 건너 건청궁이 막바지니, 자경전을 빠뜨려 놓고도 다 봤다고 돌아서는 사람이 많다.

자경전은 북궐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3채로 이루어진 건물 전체가 보물이다. 품위 있고 정갈하다. 왕의 어머니가 머무는 곳이어서 담장부터 꽃담이다. 장수와 기복, 벽사와 길상의 문양으로 화려한데, 벽돌 길이에 따라 ‘萬’ ‘壽’ ‘樂’ ‘彊’ ‘寧’ 글자를 모자이크했다. 아래에는 무시무종(無始無終)으로 이어지는 띠를 둘렀다.

담장은 붉어 화사하다. 거기에 새겨진 것은 매화, 복숭아, 모란, 석류, 국화, 대나무 등 계절을 대표하는 꽃과 나무다. 선은 단순하되 맛은 고졸하다. 첫 그림 매화는 솟은 가지에 보름달이 걸려있고, 그 속에 휘파람새 한 마리 꽃향기에 취해 졸고 있다. 눈 폭탄 맞아 더딘 화신(花信)에 조바심 일면 자경전 꽃담의 매화는 어떠한가.

손수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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