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성우진] 가요계 표절 방치할 건가 기사의 사진

거의 몇 달 간격으로 불거져 나와 주요 매체들의 기삿거리로 화제를 모으다가 네티즌들 간의 공방으로 흐지부지해지는 것이 우리 대중음악계의 표절 사건이다.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그에 따른 논란은 가열되더라도 음반제작자, 창작자, 뮤지션, 저작권단체의 인식이나 대응 방법으로는 뚜렷한 개선방향이 보이지 않는다.

근래에 벌어진 박진영-김신일씨 사이의 표절시비는 법정 분쟁으로 비화 중이다. 박진영 측의 해명과 반박내용을 보면, 그리 오래 되지 않은 씨앤블루와 와이낫과의 표절 시비에서 벌어졌던 과정을 보는 듯하다. 시간이 지나면 개인의 일로 내려앉고, 친고죄의 영역이어서 본인의 의지가 없으면 확실한 결과를 얻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그동안 법적으로 표절 여부가 가려진 사례는 2006년에 MC몽의 ‘너에게 쓰는 편지’가 유일하다. 원저작자인 강현민씨가 그룹 더더 시절에 발표했던 ‘잇츠 유’를 표절한 것으로 인정되어 원고에게 위자료 1000만원과 저작권료 2000만원을 배상토록 했다. 국내 곡의 문제도 사정이 이러한데 영국, 미국, 일본 등 우리보다 음악시장이 우월하고 거대한 나라의 곡들이 대상이 되는 경우 의심이 들더라도 노력에 비해 얻는 것이 너무 적어 소송을 피하는 게 지금까지의 관례였다.

소비자 관용이 악순환 불러

이런 문제들로 인해 잠깐 논란만 벗어나면 된다는 인식이 퍼져 있는데다가 많은 제작자나 창작자들의 도덕적 해이와 불감증이 표절 시비를 불러온다. 비록 표절 시비에 올라도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비슷하게 들리거나 표절로 비춰진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라거나 “심려를 끼쳐 유감”이라고 밝히는 경우조차 드물다. ‘모르쇠’와 ‘아니다’로 버티다가 ‘레퍼런스’라느니 ‘오마주’ ‘트렌드’ ‘패러디’라고 주장하는 웃지 못할 경우도 꽤 있다.

우리에 비해 선진국은 아주 엄격하다. 비틀스의 기타리스트 조지 해리슨의 ‘마이 스윗 로드’가 여성 그룹 쉬폰스의 곡을 표절한 것으로 판정되어 수십만 달러를 배상했는데, 당시의 판사는 ‘잠재의식적 표절’로 판결했다. 직접적인 의도는 없었더라도 무의식중에서 작업한 곡이 원곡과 유사하다면 표절로 인정한 결과다. 90년대 후반 영국의 모던 록 밴드 버브의 대표곡인 ‘비터스윗 심포니’의 경우 대선배인 롤링스톤스의 초기곡인 ‘라스트 타임’의 오케스트레이션 부분을 일부 차용한 정도 때문에 논란이 됐고, 이 곡의 저작권자는 롤링스톤스의 리더인 믹 재거와 키스 리처드의 이름이 공동으로 등재되면서 마무리됐다. 우리의 경우라면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고 우기며 ‘오마주’ 운운하며 넘어가려 했을 일이다.

창작은 재능을 바탕으로 고통이 수반되는 일이다. 지금같이 우리 대중음악계가 몇몇 스타 작곡가나 프로듀서들 중심으로 히트곡이 찍혀지듯 만들어져 발표되고, 대중들이나 소비자들의 표절에 대한 인식이 관대하게 이어진다면 그에 따른 순간적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놀라운 능력의 음악 및 작곡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표절의 방식은 더욱 교묘해진다.

민간기구 만들어 심의해야

결론적으로 범죄 행위를 개인들이 해결하고 보상받을 수 없듯이, 표절 여부를 심의하고 판정했던 공연윤리위원회의 기능보다는 진일보하고 시대에 맞는 표절심의기구가 활동해야 할 때가 왔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주도하에 표절 여부를 가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창작물과 예술 작품을 기계나 컴퓨터로 판정하는 것은 상당한 무리가 따른다. 이런 기술과 접목되어 공적 권위를 인정받는 표절심의기구가 만들어지는 게 좋겠다. 그러면 한류열풍 속에서 거꾸로 우리 저작권을 무단 침해받는 사례에 대해서도 좀 더 당당하면서 합리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성우진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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