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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라동철] ‘달빛요정’과 최고은

[데스크시각-라동철] ‘달빛요정’과 최고은 기사의 사진

최근 몇 달 사이에 있었던 두 젊은 예술가의 어이없는 죽음은 우리 문화예술계의 엄혹한 현실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재능이 있고, 열정도 있고, 좋은 작품을 내놓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 노동의 결과물로 기본적인 생계조차 해결하기 어려운 게 그 바닥의 실상이라는 걸 새삼 일깨워 줬다.

이진원. 그는 홍대 앞에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란 이름으로 활동한 원맨밴드였다. 2003년 데뷔해 정규앨범 3장과 미니앨범 3장을 냈고, ‘절룩거리네’ ‘스끼다시 내 인생’ ‘나의 노래’ 등 히트곡도 있었지만 그는 좀처럼 가난의 굴레를 벗지 못했다. 곡을 만들고, 음반을 내고, 클럽에서 노래를 했지만 “일주일에 단 하루만 고기반찬 먹게 해줘”(‘도토리’)라고 자조 섞인 노랫말을 쓸 정도로 경제적으로는 불우했다. 음악을 향한 열정과 노래로는 연수입 1000만원도 채 올릴 수 없는 현실 사이의 간극을 심신을 소진해가며 메워 온 그는 결국 지난해 11월 초 뇌경색으로 쓰러졌고 30시간이 지난 뒤에야 발견돼 며칠을 투병하다 숨졌다. 그의 나이는 서른일곱이었다.

최고은. 그는 전문예술인을 양성하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를 나온 시나리오 작가였다. 재학 중 직접 쓰고 연출한 단편영화 ‘격정 소나타’가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서 수상할 정도로 재능이 있었지만 이후 그가 완성한 시나리오들은 더 이상 영화화되지 못했다. 그는 설 연휴를 앞둔 지난달 29일 경기도 안양의 반지하 월세방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는데 지병인 갑상샘 기능항진증과 췌장염, 극심한 생활고가 직간접적 원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서른두 살이었다. 죽기 전 이웃집 문에 “쌀이나 김치를 조금만 더 얻을 수 없을까요. 번번이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쪽지를 남긴 걸 보면 곤궁함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자본의 논리’가 강력하게 작용하는 문화예술계에서 기본적인 생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꿈을 접어야 할지 고민하고, 때로는 생존까지 위협당하는 이들이 어디 이들뿐이랴. 영화산업노조에 따르면 영화 스태프들의 연평균 소득은 2009년 기준으로 623만원 정도다. 1인 가구 최저생계비(월 49만845원) 수준인 수입으로 창작활동을 하고, 생계까지 꾸려야 했다는 뜻이다. 문화예술계는 빛과 그림자가 확연하고 성공 확률도 매우 낮은 분야다. 노래나 시나리오 등 상품이 팔리지 않으면 아웃사이더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사회적 안전망이 취약한 상황에서 모든 책임을 예술인 당사자들에게만 돌리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그게 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일일까.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환경에서 좋은 작품이 나오길 기대하기 어렵다. 예술인들의 층이 두텁고 다양할 때 보다 수준 높은 작품들이 만들어지고 문화예술이 화사한 꽃을 피울 수 있다.

예술인들을 위한 최소한의 사회복지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부쩍 높아졌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예술인들도 4대 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하는 등 창작여건을 개선하는 내용을 담은 예술인복지법안 2건이 2009년 10월 의원입법으로 국회에 상정됐지만 거의 진전이 없다. 적용 대상이 될 예술인의 범위를 어떻게 확정할 것인가와 예산 문제, 타 분야와의 형평성 논란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 공교롭게도 법안 발의를 주도한 두 의원은 현재 국회를 떠나 있는 상태다. 서갑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했고,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무대를 옮겼다.

문화예술계는 정 장관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주무 부처 수장으로서 법안 통과에 우호적인 여건을 조성하는 데 앞장서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최고은씨 사망 소식을 접하고 “예술인복지법안을 발의해 놓고도 상임위원장으로서 처리하지 못한 게 안타깝다. 영화산업 근로자의 처우 개선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한 정 장관의 말이 결실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라동철 기자 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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