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기 칼럼] 이슬람 자본에 굴종할 셈인가 기사의 사진

“경제논리로 풀어야 할 외자도입에 이슬람 율법 적용을 주장하는 게 특혜다”

흔히 ‘돈에는 꼬리표가 없다’고 하는데 꼭 그런 것은 아닌 모양이다. 이 말은 돈에 차별을 둘 필요가 없다는 뜻이겠으나 막강한 자금 동원력을 내세워 특별대우를 요구하는 전주(錢主)가 없지 않다. 석유를 팔아 벌어들인 오일머니로 채권을 발행하는 이슬람 산유국들이 그러하다. 자금을 투자하면서 빌려가는 쪽에도 이슬람 거래방식을 택하도록 요구한다.

이슬람율법 샤리아(Shariah)는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것을 부당이득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래서 돈을 모아 특정사업에 투자한 뒤 수익금을 투자자들에게 이자 대신 배당금 형태로 지급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수쿠크(Sukuk)로 불리는 이슬람채권이 이 방식을 쓴다.

이슬람채권은 샤리아위원회를 설치하게 의무화하고 있는데 이 위원회의 구성 요건이 매우 까다롭다. 이슬람 종교지도자이면서 금융과 법률 전문자격을 갖춘 인물로 위원 자격을 제한하고 이슬람율법을 해당국가의 국내법에 우선 적용하도록 요구한다. 샤리아위원회가 이슬람근본주의 단체와 연결돼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슬람율법은 채권 금융수입의 2.5%를 자카트란 이름으로 자선단체에 기부하게 의무화하고 있다. 그런데 기부 즉시 모든 송금 내역을 파기하기 때문에 자금이 제대로 사용되는지, 아니면 불순한 단체로 유입되는지 알 길이 없다.

이슬람채권 유통구조는 자산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해 자산에서 얻는 수익금을 채권 보유자에게 돌려주는 자산담보부증권(ABS)과 비슷하다. 돈을 빌리는 차입자가 보유자산을 채권 발행자인 특수목적회사에 매각하고 그 대금을 활용하는 대신 리스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투자자들은 이자 대신 특수목적회사의 수익금을 배당받고 만기가 되면 회사가 차입자에게 자산을 다시 팔아 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양도소득세와 취득세 등록세 부가가치세 등을 물어야 하는데 배당금을 늘려 주기 위해 모두 면세해주자는 게 이슬람채권 관련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의 골자다. 정부는 이슬람채권에 양도세 등을 물리면 과도한 비용이 들어 이자소득세를 물지 않는 외화표시채권에 비해 불리해진다고 주장한다. 경제 관료들은 기독교계가 조세특례법 개정에 반대하는 것을 종교적 이기주의로 몰아가기도 한다. 이슬람교 세력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이유로 외자유치를 방해하고 있다는 비난이다. 일각에서는 기독교계가 반대하는 바람에 오일머니 유치가 어려워져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원전수출에도 지장을 받게 됐다고 부풀리고 있다.

그러나 과세의 형평성 차원에서 본다면 자산거래에 따르는 양도세와 등록세 취득세 면세는 지나친 특혜다. 내국인은 물론 다른 외국 자본이 국내에서 부동산 거래를 하면 관련 세금을 물어야 하는데 이슬람채권만 예외로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만약 다른 외국자본이 이슬람채권과 같은 면세를 요구하면 어찌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진다면 부동산 등 국내 자산시장은 외국 전주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게 뻔하다. 외자도입은 경제논리로 풀어야 한다고 경제 관료들은 강조하지만 경제논리와 글로벌 스탠더드를 외면하고 샤리아 율법을 요구하는 게 바로 이슬람채권이다.

정부는 이슬람채권을 둘러싼 우려와 의혹을 이해부족과 종교적 편견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자카트는 기독교의 십일조 헌금과 비슷한 기부금으로 원유를 거래할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채권 거래 수수료처럼 의무적으로 부과하는 자카트를 순수 헌금인 십일조와 비교한다는 발상 자체가 틀렸다.

그동안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 등이 이슬람채권 관련 개정안을 저지하기 위해 외롭게 투쟁해 왔으나 그들의 노력에 힘입어 실체가 점차 드러나면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의원들이 개정안 반대나 유보로 많이 돌아섰다. 기획재정위는 당초 2월 임시국회에서 개정안을 처리하려던 방침을 미루는 데 그치지 말고 이슬람채권의 문제점을 분명하게 인식해 폐기하기를 바란다.

김성기 편집인 kimsong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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