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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의 사계] 고양이와 봄 기사의 사진

영조 40년의 일이다. 임금이 조강(朝講)에서 ‘맹자’를 읽다가 일양일계장(日攘一鷄章)에 이르자 말하였다. “내가 담응증(痰凝症)이 있는데, 의원은 고양이 가죽이 양약이라고 말하나 내가 고양이 가죽을 쓰면 온 나라가 본받아서 장차 고양이가 멸종될 것이다.”

아들을 뒤주에 감금해 굶겨 죽인 비정의 아버지 모습보다 무수리 출신 어머니 ‘동이’의 그림자가 보인다. 영조는 몇 가지 사례를 더 보탠다. “전에 동평위(東平尉) 정재륜이 도요새를 나에게 보내 왔으나 놓아보냈다. 내가 즐겼던 사슴꼬리나 메추리 고기를 올리라고 하지 않은 것도 민폐를 두려워해서다.”

임금이 치료용으로도 쓰지 않은 고양이가 창덕궁 사무소를 찾았다. 후원의 숲에 사는 야생이지만 배 고프면 사람들 곁으로 내려와 지금 섬돌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꽃가루 같이 부드러운 털,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눈, 고요히 다문 입술, 날카롭게 쭉 뻗은 수염에서 푸른 봄이 묻어난다. 시인 이장희가 그렇게 노래했다.

손수호 논설위원 shsh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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