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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고승욱] 사교육비는 줄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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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월성교육, 방과후학교, 특기적성교육, 입학사정관제도. 교육정책 용어는 어렵다. 초·중·고교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는 연일 신문에 나오는 말조차 어림짐작하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다.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서 수학문제 풀어주는 것은 포기했다. 부끄럽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느 고등학교에 가야 하는지 조언할 능력도 안 된다. 학교에 찾아가기는 부담스럽고, 아내와 상의하다 결국 학원에 보냈다.” 지난겨울 송년회에서 만난 친구의 말이다. 아이들 나이가 비슷한 동기들이 모두 공감했다.

입학사정관(Admissions Officer)이라는 말은 이제 익숙해졌다. 굳이 사정(査定)이라는 어려운 말로 번역했을까라는 아쉬움은 여전하지만 어떤 뜻인지 감이 잡힌다. 특기적성교육도 열심히 생각하면 모를 말은 아니다. 이는 예체능 사교육비를 줄여 보자고 만든 정책이다. 1995년에 마련된 교육개혁안이 출발점이다. 음악가나 화가가 되고 싶은 학생은 학교에서 배울 게 없었다. 큰돈을 들여 학원이나 대학교수들을 찾아다녀야 했다. 사회문제가 되자 뒤늦게 정부가 나섰다. 그래서 특기(特技)·적성(適性) 교육이다.

요즘은 조금 달라졌다. 특기적성교육을 받는다면서 수업이 끝난 뒤 학교에서 영어 수학 논술 강의를 듣는다. 헷갈린다. 방과후학교와 구별을 못하기 때문이다. 방과후학교는 특기적성교육을 포함한다. 거칠게 말하면 수업이 끝난 뒤 학원에 가지 말고 학교에서 제공하는 과외 수업을 들으라는 것이다.

수월성교육이라면 학교에서 어려운 과목을 쉽게 가르치려나 보다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수월은 ‘우수하고(秀), 월등한(越)’이라는 뜻이다. 교육학에서는 영재교육과 함께 배우는 개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학교 수업만 듣고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고득점을 받기 어렵다는 현실이 반영되면서 약간 변형됐다. 성적표에 수(秀)가 가득한 학생도 좋은 학원을 찾느라 애쓰지 말고 공교육 안에서 깊이 있는 공부를 하라는 취지로 시작됐다.

어려운 용어를 동원한 정책에는 공통점이 있다. 사교육비 대책이라는 점이다. 최근 사교육비 통계를 받아든 교육과학기술부는 한껏 고무돼 있다. 사교육비 상승 추세가 꺾였고 학생 1인당 사교육비도 줄었다는 내용이다. 공교육 정립의 원년이라도 되는 듯한 분위기다. 교과부는 여세를 몰아 사교육 경감 토론회를 열고 이 추세를 어떻게 이어갈지 논의했다.

학부모 생각은 많이 다르다. 사교육비의 사전적 의미에는 정규 수업 외에 내는 교육비, 교재비, 학용품비가 포함된다. 당연히 수월성교육, 특기적성교육에 내는 돈도 합산해야 한다. 하지만 교과부는 통계에서 제외했다. 학교에서 가르치니 공교육이고, 공교육에 드는 돈은 사교육비가 아니라는 셈법이다. 폭설에 채소값이, 구제역에 고기값이, 이집트와 리비아 사태에 기름값이 오르는데 사교육비 2000원 줄었다고 박수 칠 마음이 들지 않는다. 사교육비 줄었다는 발표는 요란했지만 체감이 안 된다.

공부에는 왕도(王道)가 없는 것처럼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만병통치약은 없다. 사교육의 폐해를 소리 높여 말하지만 누구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내 자식을 좋은 대학에 보내겠다는 건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사교육 시장의 팽창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모순된 상황에서 고민한다.

그래서 정부의 치밀하고 일관된 의지가 중요하다. 좋은 정책은 많이 나왔다. 더 좋은 정책을 찾으려고 애쓸 때가 아니다. 왜 상위 3% 학생들이 수월성교육을 외면하는지 점검해야 한다. 3월에 학생을 선발해 4월부터 본격적인 수업을 시작해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개학을 해야 일을 시작하는 공교육은 사교육과의 경쟁력이 없다. 특기적성교육은 현장에서 어떻게 바뀌는지 점검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현장에서 왜곡되고 굴절되면 민폐에 불과하다.

고승욱 사회부장 swk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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