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종 칼럼] ‘지방의원 無報酬’를 공약해 보라 기사의 사진

말 타면 종 부리고 싶고(騎馬欲率奴) 농나라를 얻으면 촉나라까지 바라는(得?望蜀) 것이 사람 마음이다. 이것을 서양의 사회학에서는 디드로 효과라고 하는 모양이다. 디드로라는 프랑스의 철학자가 진홍색 가운을 선물 받고 나니 기왕에 있던 책상 벽걸이 등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다 바꿨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라고 한다.

이같은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 어쩌면 개인에게는 성공의 원동력이고 인류에게는 문명발전의 추진력일 것이다. 그러나 분수를 모르거나 상황판단을 잘못하여 그것이 지나칠 경우 다른 사람들의 웃음거리나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자칫 큰일을 그르칠 수 있다.

고액연봉에 보좌관까지?

경기도 의회가 지난주 도의원 131명에게 유급 보좌관을 둔다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하는 조례안들을 의결했다. 사사건건 부딪치는 여야도 이 조례안들에 대해서는 거의 만장일치로 찬성했다. 경기도는 의원들이 제 머리 깎기로 만든 이 조례안들이 상위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재의를 요구하고, 의회가 재의결할 경우 대법원에 제소할 방침이라고 한다. 대법원은 지난 1996년 서울시 의회가 제정한 유사한 조례에 대해 무효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우리 지방자치제는 1961년 5·16 쿠데타로 폐지된 지 꼭 30년 만인 1991년 부활됐다. 이때 모든 지방의원들은 무보수 명예직으로 주민들에게 봉사하는 것으로 출발했다. 그러다가 1996년 법 개정으로 무보수 규정이 삭제되면서 지방의원들에게 의정비 명목의 보수가 주어졌다. 금년의 경우 경기도 의원들에겐 서울시 의원들과 마찬가지로 6100만원가량의 연봉이 주어진다. 전국적으로는 시·도 광역의원들에겐 5000만원, 시·군·구 기초의원들에겐 4000만원가량의 연봉이 주어진다고 한다. 각종 수당이니, 해마다 이뤄지는 해외시찰이니 등 지방의원들에게 직접 들어가는 ‘부대비용’만도 만만치 않다. 처음 내 고장을 위해 무보수로 일하는 걸 명예로 알겠다던 지방의원들이 어느새 고액 연봉에 감투 쓴 권력자들로 탈바꿈했다.

경기도 의원들은 이것으로도 모자라 6급 공무원 수준의 유급 보좌관을 두겠다는 것이다. 방대한 도정을 제대로 챙기려면 보좌관이 꼭 필요하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또 경기도 의원들이 깃발을 들었을 뿐 다른 광역단체 의원들도 오래전부터 유급 보좌관을 요구해 왔다. 이번을 계기로 다른 광역단체 의원들은 물론이고, 어쩌면 기초단체 의원들도 같은 요구를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주민들의 정서가 이러한 요구를 선뜻 받아들일 만큼 지방의원들에게 호의적인 것 같지 않다. 지방자치제 부활 때의 의원 무보수 정신에 크게 어긋날 뿐 아니라, 지방의원들이 과연 그런 대우를 받을 만큼 역할을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지금 우리 광역 시·도의 재정자립도가 50%를 겨우 넘길 정도이고, 몇몇 기초단체는 자체 수입으로 해당 지자체 내의 공무원 봉급도 못 주는 현실에서, 의원들에게 고액 연봉에 보좌관까지 붙여주는 일이 가당하냐는 게 여론이다.

서구에서는 아직도 무보수 의원들로 지방자치를 해나가는 곳들이 많다. 일본에서는 최근 의원들에게 지급하던 연 340만엔의 고정 보수 대신 회의에 참석하는 날만 3만엔의 수당을 주는 제도로 바꿔 관련 예산을 절반 이상 절감한 지방자치단체가 있다. 또 재정 압박을 받던 나고야의 시장은 시 의회의 반대를 시민들의 힘으로 물리치고 시의원 정수를 절반으로, 의원 보수도 절반으로 줄이기 위해 시의회를 해산시키는 혁명을 단행했다.

지방의회 무용론도 있다

지방의원들은 지방의회가 꼭 필요한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국민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기자는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지방자치제를 폐지하자는 데까지는 동의하지 않는다. 다만 어느 정당이든지 다음 지방선거에서 지방의원을 무보수 명예직으로 되돌리겠다는 공약을 내세워보라고 건의하고 싶다. 그래도 좋은 후보를 얼마든지 구할 수 있고,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것으로 믿는다. 물론 지방의원들을 득표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는 기득권의 정당과 국회의원들이 지방의원들의 반발 때문에 기자의 의견을 수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긴 하다.

부사장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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