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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의 사계] 회화나무는 봄이 멀다

[고궁의 사계] 회화나무는 봄이 멀다 기사의 사진

창덕궁 정문인 돈화문을 들어서자마자 왼쪽 담장 주변에 몰려있는 세 그루 회화나무가 문화재급이다. 가지의 뻗음이 자유롭다고 해서 학자수(學者樹), 영어로 ‘Scholar tree’로 불린다. 과거에 급제하거나 관직에서 물러날 때 이 나무를 심었다. 지방마다 있는 괴정동의 괴(槐)가 회화나무다. 한마디로 양반집단의 지킴이인 셈이다. 강희안의 ‘사인시음도(士人詩吟圖)’에 등장하기도 한다.

창덕궁에 회화나무를 심은 것은 주나라의 풍속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삼정승에 해당하는 삼공(三公)이 회화나무 아래서 마주앉아 정사를 돌보았다는 기록에 따라 세 그루를 나란히 식수함으로써 궁궐의 장소성을 드러낸 것이다.

이 나무는 1800년대에 그린 ‘동궐도’에 나와 있으니 나이를 짧게 잡아도 200년이다. 겨울엔 언뜻 죽은 것처럼 보이지만 대추나무와 더불어 새순이 늦게 돋는 나무로 꼽힌다. 봄을 기다리는 동안 가지 많은 회화나무에서 왕조의 영욕, 그 파란의 세월을 읽는다.

손수호 논설위원 shsh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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