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말걸기-김나래] 댁의 동네 국회의원은? 기사의 사진

출근길, 어쩌다 택시를 타고 “국회로 좀 가주세요”라고 하면 기사들 반응은 거의 비슷하다. 여야가 예산, 법안을 두고 싸울 땐 “국민 돈 받아 처먹고 만날 싸우기만 하는 X들”이란 소리가 단골 레퍼토리다. 최근 정치자금법 개정안 처리처럼 뭔가 사건이 있을 땐 좀 더 센 반응이 나온다. 어제 아침에 만난 택시기사는 “지들 밥그릇이나 챙기는 X들, 싹 쓸어다 치워버려야 된다”고 했다. 그나마 ‘국회를 폭파시키고 싶다’는 측들에 비하면 약한 편이다.

“기사님 사시는 동네, 지역구 의원은 누군데요?”라고 물었다. “글쎄, 한나라당 누구라던데 이름은 모르지. 나라님 이름도 가끔 까먹고 사는데 의원X 이름까지 어찌 알겠소”란 답이 돌아왔다. 그렇다. 우리는 늘 대놓고 싸잡아 국회의원을 욕하지만, 정작 자기 동네 지역구 의원이 누군지, 그가 국회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는 잘 모른다. 택시기사만 그런 게 아니라 대부분이 그렇다.

지역구민을 대하는 의원들도 이중적이긴 마찬가지다. 지역구에 가면 못하는 노래도 부르고, 어르신들 위해 막춤도 추고,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못하는 술도 수십 잔씩 받아 마시고, 연말에 따낸 ‘쪽지 예산’으로 완공된 사업현장에 찾아가 “죽으나 사나 지역만 생각한다”고 애교를 부리며 지극정성으로 대한다.

하지만 이들이 여의도에서 내비치는 속마음은 또 다르다. “지역구 행사 좀 안 가면 안 되나, 지역구만 안 가면 정말 의원직 할 만한데…”라거나 “지역구 관리가 별거 있나. 해 달라는 민원만 들어주면 되지”라는 얘기를 스스럼없이 털어놓는 의원이 많다. 모든 의원이 그런 건 아니지만, 어쨌든 지역구민은 4년마다 ‘표 찍어주는 사람’ 그 이상 이하도 아닌 듯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저서 ‘담대한 희망’에서 “상원의원으로서 내가 좋아하는 일 중 하나는 시청과 공회당에서 유권자들과 만나는 것이다. 이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많은 힘을 얻는다. 이들과의 만남은 마치 차가운 계곡물에 몸을 담그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정화됐다는 느낌과 함께 내가 선택한 일과 활동에 보람과 기쁨을 얻는다”고 털어놓은 것과 같은 고백을, 안타깝게도 여의도에선 별로 들어본 기억이 없다.

하긴, 의원들이 유권자에 대해 평소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면 아마 정자법 개정안을 이런 식으로 처리하진 않았을 게다. 그들이 ‘대표’해야 할 국민의 뜻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소통하며 답을 찾고자 노력해 왔다면, 공청회 한 번 없이 이런 식으로 법안을 통과시키진 못했을 거다. “요즘 보면 한나라당은 가치집단이 아니라 (국회의원 재선이 목적인) 협회 같다”는 자조 어린 탄식이 다름 아닌 여당 핵심 의원의 입에서 나온다.

구제역, 전세대란, 물가대란처럼 눈에 보이는 대형 악재 말고도 해고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문제, 답이 안 나오는 교육 현장, 중산층 부모들의 양육 전쟁 등 각종 민생현안 앞에서 무기력한 의원들의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이들이 국민의 뜻을 반영하기는커녕 국민의 요구와 생각을 제대로 읽어내지도 못하고, 사회 도처의 갈등을 부각시켜 조정하고 풀어내기보다 오히려 이에 편승하고 갈등을 부추기는 한, 한국 정치가 한국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의 고리를 끊지 못할 것이다.

의원들이 아무리 한심하고 꼴 보기 싫어도, 관심을 갖고 이들이 제대로 하고 있는지 들여다봐야 할 이유다. 우리 동네 국회의원은 누군지, 도대체 어떤 법안을 만들고 있는지, 후원금은 얼마나 받아서 어디에다 어떻게 쓰고 있는지, 평소 감시하고 지켜보다 내년 총선 때 ‘표’로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 한 우리는 앞으로도 매번 일이 생길 때마다 의원을 싸잡아 욕하는 것 외에 달리 할 일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김나래 정치부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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