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괭이 230마리 떼죽음 ‘집단 질식’ 미스터리 기사의 사진

어패류도 잇단 폐사… 개발 후유증 앓는 새만금

매섭게 몰아치던 한파가 한풀 꺾이자 새만금 방조제 안쪽 수면에 죽은 상괭이들이 떠올랐다. 상괭이는 몸길이가 1.5m쯤 되는 고래다. 지난달 3일 5마리를 건져낸 뒤 사체는 지속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새만금 방조제 운영주체인 한국농어촌공사는 어민들을 시켜 ‘조용히’ 사체를 걷어내기 시작했다.

나흘 뒤 70마리가 떠올랐고, 다음날 28마리가 물 위로 배를 드러냈다. 100여 마리가 수거된 뒤 언론에 알려지고 나서야 농어촌공사와 환경부는 부검을 의뢰했다. 고래류가 이렇게 집단으로 죽어 떠오르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상괭이는 ‘멸종위기 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규정된 국제적 멸종위기(부속서1 등재) 동물이다.

공식 사인은 질식사

병성감정통보서. 지난달 25일 농어촌공사 앞으로 서신 한 통이 배달됐다. 상괭이 부검을 집도한 임채웅 전북대 교수는 “폐사 전까지 활발하게 먹이활동을 했으며, (새만금호의) 전반적인 결빙이 동시다발적 질식사를 유발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상괭이 사체에선 피부 변성, 눈과 아랫배 생식공의 훼손, 장기의 변색 등이 발견됐지만 모두 죽은 뒤 나타난 현상으로 판단됐다. 피하지방 두께는 6∼7㎝로 건강한 상태였으며, 암컷 2마리는 새끼를 배고 있었다.

위에서는 문절망둥, 숭어, 오징어류 및 줄새우가 나왔고 지름 3∼4㎝의 돌멩이가 나온 사체도 있었다. 세균과 기생충 검사는 모두 음성이었고, 흉수(흉막 안쪽에 고이는 체액)와 심낭수(심장과 심낭사이에 고이는 체액), 뇌막 울혈(혈액이 뭉쳐있는 것)이 발견됐다. 그러나 모두 상괭이의 사인과는 상관없는 사후 현상이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건강한 상태로 활동하던 상괭이들이 갑자기 수면이 얼어붙으면서 물 밖으로 숨쉬러 나가지 못하게 돼 질식사했다는 결론이다. 부검의는 “새만금호의 3분의 2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는 점과 무리를 지어 다니지 않는 상괭이의 습성을 감안하면 약한 개체가 불리한 위치에서 폐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질식사’의 의문점

일주일이면 족하다던 부검은 보름 이상 지나서야 결과가 나왔다. 그 사이 100여 마리가 추가로 죽은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가 발표될 때까지 223마리가 수거됐고, 2월 28일(10여 마리)과 3월 1일(1마리)에도 추가로 사체가 발견돼 떼죽음당한 상괭이는 모두 230여 마리로 불어났다.

농어촌공사와 환경부에 따르면 동시다발적 질식사가 발생했는데, 사체는 2월 3일∼3월 1일 약 한 달에 걸쳐 떠올랐다. 한파로 수면이 얼어붙은 게 1월 중순이었음을 감안하면 마지막에 발견된 사체는 죽은 뒤 50일 정도 지나서야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얘기가 된다. 개체 상태에 따라 사체가 떠오르는 시점이 다를 수 있지만 50일(1월 중순∼3월 1일)은 동시에 죽었다고 보기엔 너무 긴 시간이다.

여의도 면적(8.48㎢)의 25.7배인 218㎢ 새만금 안쪽 수역이 한꺼번에 얼어붙었다는 점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보통 얼음은 수심이 얕은 가장자리부터 얼기 시작해 깊은 곳으로 나아간다. 국립해양조사원은 “해양물리학적으로 새만금 안쪽 수면처럼 광활한 구역이 동시에 얼어붙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상괭이는 1분에 3번 정도 물 밖으로 숨 쉬러 나온다. 수면이 아직 살얼음 상태일 때 상괭이들은 숨 쉬러 오르내리며 얼음을 깨고 다녔을 것이다. 멀쩡하게 헤엄쳐 다니던 상괭이 230여 마리가 너무 추워서 얼음 아래 갇혀 질식사했다는 설명, 쉽게 납득되지 않는 대목이 많다.

생태계 이상 신호

한파가 몰아친 지난 1월 새만금에 남아 있는 바지락과 가무락 조개를 잡으며 근근이 생업을 이어가던 어민들에게 날벼락이 떨어졌다. 캐낸 바지락과 가무락 중 상당수가 뻘을 머금고 입을 다문 상태여서 중개인들이 수매를 거부했다. 일일이 손으로 골라내야 하는데 실수로 몇 개라도 섞이면 조리할 때 국물이 진흙투성이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간간이 잡히던 주꾸미도 죽은 것들이 섞여 있다는 불평이 터지면서 수매가 거부됐다. 지난달 16일에는 새만금 내측 계화리 일대에서 10∼15㎝ 크기의 숭어 치어 수백 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다. 육지와 잇닿은 곳이라 수심이 얕고 얼음이 두껍게 얼어 죽은 지 상당 시간이 흐른 것으로 추정됐다.

상괭이 떼죽음과 비슷한 시기에 새만금의 바지락 가무락 주꾸미 숭어에도 문제가 생겼다. 이는 이 시기에 새만금의 생물 서식환경이 악화됐음을 짐작케 한다. 방조제 바깥 바다와 달리 안쪽은 지속적인 물빼기 작업에 염도가 낮아졌다. 방조제로 가로막히면서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없어지고 파도가 낮아지면서 얼음도 얼기 쉬운 상태가 됐다.

한파가 새만금의 잇단 떼죽음으로 이어진 것은 방조제 완공 이후 생태환경에 뭔가 이상이 생겼음을 말해준다. 환경부와 농어촌공사는 방조제 안쪽 수역에 무슨 생물이 살고 있는지 제대로 된 목록조차 만들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농지조성을 위해 새만금호의 전면 담수화를 고집할 경우 방조제 안쪽 수질이 갈수록 나빠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새만금의 암울한 四季

상괭이 떼죽음은 앞으로 새만금에서 일어날 환경 참사의 전주곡이 될 수 있다. 새만금 내부 개발 공사를 위해 농어촌공사는 물빼기 작업으로 방조제 안쪽 수위를 낮췄다. 해수 유입이 줄면서 염도가 낮아져 얼음이 얼기 쉬워졌다. 얼음이 얼면 물속 염도는 오히려 높아져 염도에 취약한 생물이 살 수 없게 된다. 건조한 겨울철엔 메마른 갯벌에서 소금기와 모래먼지가 일어나 육지를 덮친다.

날이 풀리는 4∼5월이면 적조 또는 녹조가 발생한다. 상류의 만경·동진강에서 영양염류가 계속 들어와 따뜻해지면 급속히 조류가 발생하게 된다. 이 시기엔 방조제 안쪽 물빛이 커피나 간장을 연상시킬 만큼 검붉게 변한다. 조류가 늘어나면 물속에 녹아있던 산소를 모조리 소모해버려 수중 생물이 살 수 없게 만든다.

여름엔 태풍과 장마, 국지성 호우로 상류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탁류 때문에 방조제 안쪽의 수질이 급격히 떨어진다. 올 여름 본격화될 각종 부지조성 공사는 오염물질 유입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방조제에 설치된 배수갑문 2개는 상류에서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오는 물을 적기에 빼내기엔 역부족이다. 광활한 새만금 안쪽 수역이 일시에 거대한 시궁창이 되는 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가을에는 또 한 차례 조류의 습격이 예상된다. 폭우 때 유입된 토사 등이 가라앉으면 적조·녹조류가 번성하기 쉬운 상태가 조성된다. 겨울이 돌아오면 염도가 더 낮아진 새만금 안쪽 수면은 더 쉽게 얼어붙게 된다.

해법은 ‘해수유통’

농림수산식품부와 농어촌공사는 새만금을 100% 농업용지로 구상했다. 수질은 4급수 기준만 충족하면 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갯벌은 농지로, 바다는 농업용수 공급용 담수호로 만들 계획이어서 별다른 생태 보전 대책은 세우지 않았다. 정부는 방조제 공사의 중단을 요구하는 환경단체와 법정 공방을 벌였다. 새만금을 100% 농지로 쓰겠다는 논리로 2006년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하지만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농지는 30%만 남기고 나머지는 산업단지와 수변도시로 개발하겠다고 계획을 바꿨다. 지난 4일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회의를 열고 도시가 들어서는 방조제 부근 하류지역의 목표수질은 3등급으로, 농업지역이 많이 들어서는 만경·동진강 하구 부근은 4등급으로 확정했다. 윗물이 아랫물보다 더러운 기현상이 생기게 됐지만 희석 효과 등을 고려하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3등급 수질을 유지하려면 만경·동진강을 타고 흘러들어오는 오염물질을 완벽하게 처리해야 한다. 하·폐수처리장을 늘리는 일은 전라북도의 빈약한 재정으로 감당키 어렵다. 이에 환경부가 현실적 대안으로 들고 나선 것이 해수유통이다. 방조제 2곳에 뚫린 배수갑문으로 바닷물과 민물이 드나들면 오염물질이 방조제 바깥으로 나가고 안쪽 물은 희석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새만금 방조제 안쪽 수역의 관리주체는 농어촌공사다. 수질 분야 주무부처를 환경부로 이관하는 내용이 담긴 새만금특별법이 국회에 계류돼 있지만 언제 통과될지 불투명하다. 해양 생태계는 국토해양부, 담수 생태계는 환경부, 수산 자원은 농식품부가 관할하는 새만금의 ‘애매한’ 위치도 이곳 생물들에겐 악재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방조제에 둘러싸여, 거대하고 애매한 공간에서 물 속 생물들은 신음하고 있다.

새만금(군산)=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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