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변환철] 和而不流 기사의 사진

“국회의원들은 입법권을 남용해 그들만의 치외법권 지대를 만들려 하나”

논어 자로(子路)편에 ‘군자화이부동(君子和而不同) 소인동이불화(小人同而不和)’라는 말이 나온다. 화이부동(和而不同)이란 도리에 맞으면 화합하고, 도리에 맞지 않으면 부화뇌동(附和雷同)하지 않는다는 뜻이고, 동이불화(同而不和)란 이해관계가 같을 동안만 이익을 얻기 위해 서로 어울릴 뿐 도리로 화합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공자는 군자(君子)의 화(和)와 소인(小人)의 동(同)을 엄밀하게 구분하였는데,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도 화와 동의 차이를 들려주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안자(晏子)가 제국(齊國)의 재상으로 있을 때였다. 제나라 경공(景公)이 사냥에서 돌아오자 간신인 양구거(梁丘據)가 급히 수레를 몰고 나가 경공을 맞이하였다. 경공이 기쁜 얼굴로 ‘양구거와 나는 화한다’라고 칭찬하였다.

이에 안자는 두 사람 사이는 화가 아니라 동이라고 지적하면서 유명한 국물의 비유를 들었다. “화는 맛있는 국물과 같다. 생선이나 고기를 삶을 때, 조리사는 물과 불을 맞추고, 여러 양념을 갖추어, 부족한 것이 있으면 더하고, 지나치면 줄여서 요리를 한다. 군자는 이런 음식을 먹고 마음이 화평할 수 있다. 그러나 양구거는 군주가 옳다고 하면 자기도 옳다 하였고, 군주가 그르다 하면 자기도 그르다 하였으니, 그것은 마치 물에 물을 보태는 것과 같으며, 음의 조화 없이 일률적으로 거문고를 켜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와 같이 본시 동(同)이란 이익을 좇아 일시적으로 함께하는 것일 뿐 참된 조화(調和)는 아니다. 조화의 사전적 의미를 들여다 보면 ‘알맞게 어울린다’이다. 따라서 조화는 ‘알맞음’의 속성으로서 균형과 질서를 내포하고 있다.

화이부동(和而不同)과 유사한 뜻을 지닌 말로 중용(中庸)에는 화이불류(和而不流)란 말이 나온다. 서로 화합하여 어울리되 패거리지어 그릇된 일은 하지 않는다는 뜻이니, 패거리들 사이의 작은 의리에 연연하지 말고 보다 큰 대의에 따르라는 가르침이 들어 있다.

이처럼 예로부터 화와 동을 구별하여 무리지어 동을 따르는 것을 경계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회는 이를 서슴지 않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는 지난 4일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현행 제31조2항의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는 규정 중 ‘단체와 관련된 자금’을 ‘단체의 자금’으로 바꿈으로써 청목회 사건으로 기소된 여야 의원 6명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주었다.

또한 현행 제32조3항 ‘공무원의 사무에 관해 청탁 또는 알선하는 일과 관련해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을 수 없다’는 내용 중 ‘공무원’을 ‘본인 외의 다른 공무원’으로 바꾸어 국회의원이 자신의 업무와 관련해 정치자금을 기부 받을 경우에는 처벌할 수 없도록 하였다.

이와 같은 사안은 그 성격으로 미루어 볼 때 사전에 충분한 논의를 거치고, 광범위하게 여론을 수렴하는 절차가 필요하였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 원내지도부는 합의하에 불과 11분 만에 기습적으로 처리해 버렸다.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입법권을 남용하여 그들만의 치외법권 지대를 설정한 것과 다르지 않다.

이렇듯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이익을 지키는 데에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도리로서 화합하지는 않되, 이해관계가 같을 동안만 이익을 얻기 위해 서로 어울리는 동이불화(同而不和)의 전형적인 모습을 우리 국회에서 보는 듯하다.

조선조의 위대한 실학자 다산 정약용 선생은 “벼슬살이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두려워할 외(畏)’ 한 자뿐이다”라고 하면서 공직을 맡은 자들은 의(義)와 법과 백성을 두려워하며 옳은 마음가짐, 몸가짐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앞으로 국회의원의 배지에 지금의 ‘나라 국(國)’자 대신 ‘두려워할 외(畏)’자를 새겨 넣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변환철 중앙대 법학 교수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