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11일 오후 발생한 규모 8.8 강진에 태평양 연안국들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 하와이 태평양쓰나미경보센터는 대만 필리핀 인도네시아 러시아 호주 뉴질랜드 등 30여개국 해안 지역에 쓰나미 주의보를 내렸다. 파푸아뉴기니를 비롯한 남태평양 섬들과 칠레 페루 등 남미, 미국과 캐나다 서쪽 해안에도 지진해일이 도달할 것으로 예보됐다. 쓰나미 도달 예상시각은 괌이 지진 발생 3시간20분 뒤, 뉴질랜드가 11시간30분 뒤이다.

◇각국 초비상=일본을 제외하곤 러시아 쿠릴 열도에서 쓰나미 파도가 처음 관측됐다. 러시아 비상상황부는 “모스크바 시각 오전 10시5분(지진 발생 1시간19분 뒤) 말로-쿠릴스크 마을에 첫 파도가 도달했다. 높이는 50㎝에 불과했다. 얕은 바다에서 쓰나미가 잦아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쓰나미는 잇따라 밀려오는 일련의 해일이다. 태평양쓰나미경보센터는 “해일 간격은 5분에서 1시간까지 다양하며 큰 해일이 나중에 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쓰나미 경보를 발령한 4개 마을의 주민 1만1000명에 대해 소개령을 내렸다.

하와이 경찰은 쓰나미 도달 예상시각이던 11일 오전 3시7분(한국시간 오후 10시7분)을 앞두고 경찰이 사이렌을 울리며 호놀룰루 와이키키 해변의 주민과 관광객을 대피시켰다. 하와이 빅아일랜드 인근 해역에선 규모 4.5 지진까지 발생해 식료품 상점과 주유소에선 사재기 현상도 벌어졌다. 진주만의 미 해군 태평양사령부도 휴가 중인 군인들에게 긴급 복귀령을 내렸다.

대만 중앙기상청은 지진 발생 직후 북동부 해안에 쓰나미 경보를 발령했다. 중국 지진국은 중국 본토가 큰 영향을 입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쓰나미 주의를 당부했다. 중국 윈난성 잉장현에서도 10일 규모 5.8 지진이 발생해 25명이 숨지고 250여명이 다쳤다. 잉장현은 올 들어 매달 지진 피해를 겪고 있다.

인도네시아 북서쪽 해안에 도착한 쓰나미 첫 파도 역시 높이 50㎝ 정도였지만, 주민들은 만일에 대비해 고지대로 대피했다. 인도네시아에선 지진 발생 몇 시간 뒤 카랑게탕 화산이 폭발해 인근 지역에 대피령이 내려졌다.

필리핀은 동부 해안 19곳에 어선 출항을 금지시키고 해안경비대에 비상대기령을 내렸다. 필리핀 화산지진협회는 “쓰나미 예측 모델에 따르면 필리핀에는 최대 높이 1m의 파도가 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서부까지 영향권=쓰나미 주의보는 미국 등 북미 지역으로도 확대됐다. 알래스카의 쓰나미경보센터는 이날 오후 “캘리포니아 중부의 포인트 콘셉시온부터 오리건과 워싱턴 주 경계 부근, 그리고 남부 알래스카까지 쓰나미 주의보를 발령한다. 최고 2m 높이의 파도가 올 수 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2월 규모 8.8 강진과 쓰나미로 524명이 사망했던 칠레 정부는 쓰나미 경보를 발령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했다. 칠레 해군의 해양연구소는 “대규모 피해 가능성은 적지만 밤 11시44분쯤부터 쓰나미 여파가 칠레 해안에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동요하지 말고 일상생활을 유지토록 당부했다.

국제적십자사는 이번 쓰나미 파도가 태평양의 일부 섬보다 높아 섬을 완전히 덮치고 지나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질랜드는 쓰나미 대책위원회를 소집해 상황을 주시하다 육지엔 큰 피해가 없을 것으로 판단해 8시간 만에 경계수위를 낮췄다. 지난달 규모 6.3의 강진을 겪은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는 10일 7시25분부터 11일 오전 4시 사이에 규모 4.5 안팎의 여진이 6차례나 발생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하와이=손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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