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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돌’ 티켓파워 막강한데 연기력은 “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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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계 아이돌 열풍… 전문가들이 본 실력은

뮤지컬계에 아이돌 열풍이 거세다. 김준수 이해리가 주연을 맡은 ‘천국의 눈물’이 매진 행진 중이고, 비스트의 멤버 양요섭이 출연한 ‘광화문 연가’는 오는 20일부터 관객들을 만난다. ‘뮤지컬돌’(뮤지컬에 출연하는 아이돌)은 규현(‘삼총사’), 루나 제시카(‘금발이 너무해’), 승리(‘소나기’) 등 20명이 넘는다. 아이돌 기획사와 뮤지컬 제작사가 손을 잡고 ‘아이돌 뮤지컬’을 제작하기도 한다. 카라 소속사 DSP미디어는 오디뮤지컬컴퍼니와 함께 뮤지컬 전문 아이돌을 선발, ‘그리스’를 제작해 오는 4월부터 무대에 올린다.

하지만 뮤지컬로 진출한 아이돌을 향한 공연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연기력이 검증되지 않은 아이돌이 팬덤에 의존해 배역을 싹쓸이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국민일보는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13일까지 뮤지컬 평론가 및 제작자 11명에게 ‘뮤지컬돌’의 실력을 평가하는 설문조사를 벌였다. 뮤지컬 출연 경력이 있는 아이돌이 평가 대상이었다. 연기력, 가창력, 흥행력, 성장 가능성 등 4개 분야에서 2명을 뽑도록 했고 1위는 3점, 2위는 2점을 매겨 합산했다.

전문가들에게 선택된 아이돌은 김준수, 온유, 규현, 태연, 제이 정도였다. 응답자 중 일부는 “이들 중 누구도 평가받을 실력조차 없다”며 빈 종이를 돌려보내기도 했다.

모든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한 김준수는 특히 흥행성과 가창력 부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진정훈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는 “김준수는 이미 ‘모짜르트’와 ‘천국의 눈물’을 통해 검증된 뮤지컬계 스타”라고 평했다. 하지만 “음역대가 한정돼 있어 고전작품은 어려울 것”, “발성이 특이하고 가사 전달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준수의 연기력에 대해 윤호진 단국대 교수는 “미흡한 부분도 있지만 본능적으로 무대를 장악하는 능력이 돋보인다”고 평했다. 그 다음으로는 ‘삼총사’에 출연한 규현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서지영 서울종합예술전문학교 교수는 “노래와 연기가 안정돼 있다. 부드러운 목소리와 ‘달타냥’의 캐릭터가 어울려서 캐릭터가 자연스러웠다”고 말했다.

차기 뮤지컬 스타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인 아이돌에 대해서도 김준수는 6명의 지지를 받았다. 왕용범 서울종합예술전문학교 교수는 “‘모차르트’ ‘천국의 눈물’ 등 매진 사례에서도 보듯 앞으로도 대중에게 사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앞으로 좋은 작품을 선택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상당수는 아이돌 배우의 성장 가능성을 판단할 때 성실함과 공연에 대한 진정성을 척도로 삼았다. 3명의 추천을 받은 온유에 대해서 한진섭 국제예술대학 교수는 “온유는 작품에 임하는 성실한 태도가 돋보여 차기 뮤지컬 스타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뮤지컬 제작자는 “성장 가능성은 연습에 달렸다. 뮤지컬의 기본인 가창력도 갖춰지지 않은 아이돌이 스타라는 이유로 연습에 빠지고 공연 분위기를 흐린 선례가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열심히 하겠다고 와서는 작품 하나만 하고 돌아오지 않는 아이돌이 태반인 점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뮤지컬돌’의 긍정적 면은 뮤지컬의 대중화에 기여하는 점이다. 방정식 한국예술원 교수는 “지난해 뮤지컬 ‘궁’을 볼 때 일본, 중국 관광객들이 많아서 자랑스러웠다. 뮤지컬의 한류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이돌 배우들은 고정 팬 중심의 ‘티켓파워’를 자랑한다. 김준수가 출연하는 ‘천국의 눈물’ 17회분(2만6000석)은 매진됐고, 제시카가 출연한 ‘금발이 너무해’, 태연의 ‘태양의 노래’도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그러다 보니 아이돌 배우들은 뮤지컬에서는 신인이어도, 베테랑 주연 배우의 1.5배 이상 높은 출연료를 받는다.

한 뮤지컬 제작자는 “아이돌 배우들은 실력이 불안정해서 더블, 트리플 캐스팅을 하다보니, 전체적으로 전체 출연료가 올라간다. 또한 아이돌 이외 배우의 공연에는 좌석이 텅텅 비는 등 공연마다 매출액의 차이가 큰 것도 단점”이라고 말했다.

이유리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는 “공연에 대한 높은 안목이나 좋은 작품을 만들려는 노력 없이 아이돌 스타 기용만으로 관객 흡입을 노리는 식의 스타 캐스팅은 공연의 질을 떨어뜨리고 장기적으로 관객도 잃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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