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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텃밭’ 예단 금물… ‘숨은 표심’은 野에 우호적

‘한나라 텃밭’ 예단 금물… ‘숨은 표심’은 野에 우호적 기사의 사진

국민일보 4·27 재보선 경기 성남 분당을 선거구 RDD방식 여론조사

국민일보와 리서치뷰가 4·27 재보선을 앞두고 경기도 분당을 국회의원 선거구에 대해 벌인 여론조사는 RDD(임의번호걸기·Random Digit Dialing) 방식을 이용해 ‘숨은 표심’을 좀 더 정확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기존 언론사 조사와 차별성이 있다.

RDD 방식은 통상적인 ARS(자동응답) 설문과 달리 전화번호부 등재(=KT 또는 114서비스 등재) 가구만 대상으로 삼는 게 아니라 비등재 가구도 조사한다. 지역번호와 국번 외 나머지 4자리 번호를 컴퓨터가 자동으로 생성해 무작위로 전화를 걸게 된다. 이 방식은 지난해 6·2 지방선거 때 사전 여론조사와 실제 투표결과가 10∼20%씩 큰 격차를 나타내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전화번호부에 등재되지 않은 유선전화 사용자가 50%를 훨씬 넘는데도 여론조사 표본에서 제외되는 바람에 표심이 왜곡됐다는 분석이 강하게 제기됐기 때문이다. 아산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을 지닌 저연령·고학력층에서 전화번호부 비등재 비율이 높다. 쉽게 말해 비등재 유권자를 포함해 조사하면 야권 지지율이 더 나오고, 반대로 제외한 채 조사하면 여권 지지율이 ‘거품’을 보일 수 있다는 얘기다.

국민일보와 리서치뷰 조사에서 이런 경향은 뚜렷이 확인됐다. 분당을의 경우 RDD방식을 적용했더니 전체 응답자 1005명 가운데 전화번호부 등재자는 243명(24.2%), 비등재자는 762명(75.8%)이었다. 두 그룹의 비율에 대해 리서치뷰 안일원 대표는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와 관련해 지난달 말 강원지역 유권자들을 상대로 RDD 자체조사를 했더니 전체 응답자 1132명 중 등재자가 422명(37.3%), 비등재자는 710명(62.7%)이었다”며 “도농복합지역인 강원도에 비해 중산층이 많은 분당의 등재율이 더 낮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그룹의 응답자를 종합한 여야 단일후보 가상 지지율에서는 한나라당 후보인 정운찬 전 국무총리(46.0%)와 민주당 후보인 손학규 대표(43.5%)가 오차범위 내에 있었다. 그러나 등재 여부를 나눠 분석해보면 등재 그룹에서 정 전 총리 지지율은 무려 53.4%나 되는 데 비해 비등재 그룹에서는 44.3%에 그쳤다. 두 그룹 간 차이가 9.1%포인트나 된다. 반대로 손 대표의 경우 등재 그룹에서는 36.1%에 불과하나 비등재 그룹에서는 45.2%였다. 이 역시 9.1%포인트 차이다. 정 전 총리의 하락폭이 고스란히 손 대표 상승폭으로 이동한 꼴이다. 이는 6·2 지방선거 당시를 포함해 많은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개표결과와 왜 큰 차이를 보였는지를 유추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한나라당 후보로 강재섭 전 대표, 또는 박계동 전 의원을 설정해 손 대표와 맞붙는 구도로 조사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예컨대 등재 그룹에서는 강 전 대표 48.9%, 손 대표 41.5%였지만 비등재 그룹에서는 강 전 대표 38.5%, 손 대표 50.4%였다.

후보를 특정하지 않고 여야 단일후보에 대한 투표 의사를 조사했을 때 결과 역시 같은 맥락이다. 등재 그룹에서는 한나라당 후보(56.9%)가 야권 단일후보(34.3%)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를 기록하지만 비등재 그룹까지 포함시키면 양쪽 지지율이 비슷해진다. 분당이 흔히 ‘경기도의 강남’으로 불리며 한나라당 텃밭으로 간주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정치권의 고정관념과 크게 배치되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국정운영 평가에서는 전체적으로는 잘한다는 응답이 44.8%, 못한다는 응답은 50.3%를 기록하는데, 비등재 그룹 안에서 이 비율은 역전된다. 안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까지 포함한 모든 조사항목에서 등재 그룹과 비등재 그룹 간에 매우 일관성 있는 차이가 발견된다”며 “미등재 그룹에서 정부여당에 대한 긍정적인 응답률은 낮아지고, 반면 부정적인 응답률은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에서 각각 ‘정운찬 차출론’ ‘손학규 차출론’이 비등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가 각 당 선거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김호경 기자 hk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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