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김명호] ‘어항 속 물고기’ 개혁 기사의 사진

미국에서 근무하는 외교관 A씨. 그는 웬만해서는 전화로 외교 현안 얘길 하지 않는다. 꼭 해야 할 경우엔 남이 들어도 전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간략하게 하거나, 불편하고 비효율적이라도 전화 대화를 중단하고 직접 얼굴을 맞대고 얘기하는 게 습관화돼 있다.

그는 “여러 번의 해외 공관 경험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감청 우려 때문이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국 외교관들의 ‘스파이 활동’을 굳이 끌어들이지 않더라도 해외에 파견된 외교관들은 국익을 위해 ‘공무원 매뉴얼’대로의 행동만을 하지 않을 때도 적지 않다고 한다. A씨는 “외교관이라는 게 주재국에선 사실상 ‘어항 속 물고기’처럼 모든 게 관찰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한다. 그걸 인식하는 게 외교 공무원의 기본 자세라는 뜻이다.

그에게 외교관으로서 ‘상하이 스캔들’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봤다.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의혹에 연루된 사람들이 외교부든 다른 부처 공무원이든, 민간인이든 출신은 상관없다. 중요한 건 국가관이 제대로 있느냐, 국익을 판별할 수 있느냐, 최소한 공직자로서 자질을 갖추고 있느냐, 이 세 가지다.” 출신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라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상하이 스캔들의 주인공들은 외교부 출신이 아니다. 당장 “외교관을 아무나 하나”라는 얘기가 나오고, 최근 물의를 빚어 조기에 국내 소환된 외교관들이 실제로는 타 부처 출신 주재원이라는 점을 은근히 부각시키는 분위기도 있다. 미뤄 짐작하지 않아도 왜 그런지 알겠다.

미국의 대사나 총영사 등 공관장들은 대부분 정무직이다. 한국보다 훨씬 심한 낙하산 인사다. 대선 캠프에서 일했거나, 정치자금을 많이 냈거나, 아니면 대통령이 최소한 생각해줘야 할 사람들이 공관장 자리를 많이 차지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선거 때 정치자금을 많이 낸 사람을 주요국 대사로 내보냈다.

외교 전문가가 아닌 사람을 공관장으로 내보낸 셈인데, 상하이 스캔들 같은 사례가 있었는지는 들어보지 못했다. 미국엔 독특한 해외공관 인사 제도가 있다. 정무직 대사에 반드시 정통 국무부 직원을 부대사로 보낸다. ‘힘 있는’ 정무직 대사를 ‘실력 있는’ 외교관이 뒷받침해주는 구조다. 물론 국제사회를 주도하는 미국 대사는 국가 브랜드 때문에 다른 나라 대사보다 쉽게 일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해외 파견 외교관 교육도 상당하다. 비(非)외교관 출신을 초단기 교육만 시킨 채 내보내는 우리 경우와는 다르다. 해외 파견이 결정된 공무원은 국무부 산하 외무연수원(FSI)에서 집중 교육을 받는다. 기초 소양을 포함해 현지 문화와 언어, 리더십과 매니지먼트 교육까지 받는다.

언어 교육은 24주 이상 받는다. 한국어나 중동 지역 국가 등의 어려운 언어는 1년 넘게 교육 받는 경우도 있다. 연방수사국(FBI)에서 보안 교육도 받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파견될 국가의 미국 내 교포 집에서 그동안 배운 현지어를 써가며 그들의 평소 생활방식을 체험하는 교육 프로그램까지 있다.

미국 외교관 채용은 국가고시라는 일괄 시스템이 아니다. 다양한 출신들이 적절한 자리에 수시로 채용된다. 그들은 이런 교육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레 외교 공무원으로서 자질이나 국가관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순혈주의와는 정반대다.

상하이 스캔들은 비외교관 출신들이라서 생긴 일이 아니다. 지금 드러난 일들이 모두 사실이라면 그들은 애당초 공직자로 임명되지 말았어야 한다. 공무원으로서 개인적 소양과 조직 컨트롤 부재 탓이지 비전문인이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 아니다.

정부 합동조사가 상하이에서 진행 중이다. 행여 부처 이기주의 때문에 사태 발생 원인이 왜곡되거나 진행 중인 외교부 인사 개혁이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 그러면 소 잃고도 외양간을 못 고치는 것이다.

김명호 워싱턴=m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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