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최광식] 후쿠시마 원전이 드러낸 세가지 문제 기사의 사진

일본에서 진행되고 있는 지진과 쓰나미로 촉발된 후쿠시마 원전 건물의 연쇄적 폭발과 방사능 누출사고는 대단히 엄중하다. 노심 냉각능력 상실, 핵연료 손상, 노심용융, 수소폭발에 의한 건물 붕괴 그리고 격납용기 손상 등 대학교재에 들어있던 시나리오가 차례로 실현되는 것을 보는 심경은 참담하다. 이 사고는 일본이 발표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고등급 4등급 수준이 아닌 미국 스리마일 사고 때보다 상황이 심각하며 6등급으로 관측되고 있다.

재난대응 선진국이며 최초의 원폭 방사능 피해국이었던 일본, 그래서 원전 추진도 조심스럽게 하고 주민 수용성도 잘 확보해 왔던 일본이 대지진 한 방에 이렇게 무너지는 이유가 대체 어디 있는가? 1호기, 3호기, 2호기, 4호기로 옮겨가며 폭발하는 원전은 자만했던 원자력 전문가들을 비웃는, 재앙의 신이 벌이는 ‘거대한 불꽃놀이’ 같다.



일본은 1995년 액체나트륨 누출사고로 문을 닫았던 고속증식로 몬주의 최근 운전 재개, 베트남 원전수주 참여, 터키 원전건설 수주에 유리한 고지 점령 등의 호기를 맞는 듯 보였으나 이번의 일을 당한 것이다. 일본의 미증유의 대형 원전사고 원인은 무엇인가.

기술 자만한 전문가의 오류

먼저 자연재해의 예측 불가능성을 과소평가하고 원전 위험의 통제 가능성을 과신하며 기술을 자만한 원전 전문가집단의 오류(professional fallacy)이다. 안전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대학교수, 학자들을 포함한 전문가집단은 기술적으로 ‘충분히 안전’하다고 했다. 후쿠시마 원전 최일선 직원들이 최후 수단으로 방사선 피폭을 받으면서 원자로에 바닷물을 집어넣는 ‘비극적 선택’을 하고 있는 이때, 낡은 내진설계 기준과 미흡한 노심냉각기능 설계를 용인해 준 그들은 어디 있는가?

다음으로 후쿠시마 원전 운영자인 도쿄전력의 조직문화 문제이다. 도쿄전력은 여러 차례 검사기록 조작 등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그릇된 애사심으로 격납용기 누설시험을 하면서 시험 합격을 위해 몰래 공기를 주입하기도 했다. 수차례 지적을 받았지만 조직문화 개혁에는 실패했다. 이번 사고로 IAEA의 국제 공동조사를 받게 되면 도쿄전력의 안전문화 저하문제가 지적될 것이다.

다음으로 규제독립성의 모호함이다. 규제기관의 독립성이 부족하면 사업자에게 포획되어 국민을 위한 원자력 안전보다 전력사업자의 이익 추구에 협조하게 되고, 그것이 장기간 지속되면 결국 이 같은 참사를 초래한다. 이번 사고로 일본의 규제체제의 효과성 문제가 다시 제기될 것인데 원전사고의 1차적 책임은 사업자에게 있지만 감독하는 규제기관도 상응하는 책임이 있다. 규제기관은 사업자의 이익추구와 무관하게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명확한 목표를 가져야 하는 것이다.

우리도 개선작업 필요하다

그러면 이 후쿠시마 사태를 당면하여 우리나라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먼저 정부는 최인접국으로서 일본 원전사고의 방사능 영향으로부터 우리 국민을 보호하고 안심시켜야 한다. 그리고 종래의 방법론이 아닌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단호한 원칙을 갖고 우리나라 원전 21기의 안전성을 재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과감한 개선작업이 있어야 한다. 그동안 원자력사업자는 원전에서 작은 사건이라도 없도록 안전하고 보수적으로 운전해야 한다. 조직문화와 규제 인프라문제는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최초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우리 설계의 원전 4기를 수출했다. 지난 14일에는 우리 대통령이 현지 기공식에 참석했다. 이제 막 원전을 시작하려는 나라들에 우리 원전이 ‘충분히 안전함’을 구체적이고도 실증적으로 보이고 또 안전성 개선 노력도 보일 때, 그리고 UAE 원전도 안전하게 건설할 때 우리 원전의 해외수출 기회는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최광식 한국원자력 안전기술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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