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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의 사계] 매화의 순결한 꽃눈

[고궁의 사계] 매화의 순결한 꽃눈 기사의 사진

궁궐 안 봄꽃의 개화가 분주한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민간에서는 생강나무가 첫선을 보이는 게 보통인데, 창덕궁의 낙선재 앞 정원에서는 매화나무가 가장 먼저 꽃눈을 피웠다. 봄이 겨울을 밀어내듯, 빛이 어둠을 밀어내듯 장하게 세상에 나왔다.

꽃눈은 순결한 생명체다. 아기의 입술처럼 부드럽고 여리고 촉촉하다. 솜털로 둘러싸인 꽃눈 속에는 앞으로 피어날 꽃의 화려한 형태와 고운 색깔을 담아두고 있다. 가지 끝마다 물기를 머금은 채 동그랗고 겸손한 모양으로 세상에 펼쳐 보일 꿈을 키우고 있다.

매화의 꽃눈은 봄과 겨울의 경계다. 다양한 이름부터 그러하다. 꽃이 너무 일찍 핀다고 해서 조매(早梅), 추운 날씨에 핀대서 동매(冬梅), 눈 속에서도 피우는 성정을 반영해 설중매(雪中梅), 봄 내음을 전한다는 뜻에서 춘매(春梅)로 부른다. 이제 궁궐의 나무는 산수유 진달래 목련 살구 벚꽃 순으로 꽃봉오리를 터뜨릴 것이다. 숲의 잔치가 시작됐다.

손수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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