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 옛 그림] (63) 한 치 앞을 못 보다 기사의 사진

갈대 우거진 강가에서 조개와 새가 힘 겨루느라 쩔쩔맨다. 조개는 입을 앙다문 채 버티고 새는 물린 부리를 빼내려고 활개를 친다. 어부는 입이 함지박만큼 벌어졌다. 요것 봐라, 웬 횡재수냐, 돌 하나 안 던지고 두 마리 다 잡게 생겼다. 이쯤이면 알 만하다. 바로 ‘어부지리’ 그림이다.

어부지리는 ‘전국책’에 나오는 고사다. 전국시대, 조나라는 연나라를 칠 심산이었다. 연나라 세객(說客)이 조나라 왕을 찾아와 설득한다. ‘조개를 만난 도요새가 조갯살을 파먹으려고 쪼았다. 조개가 입을 다물자 새는 주둥이를 물렸다. 새는 비만 안 오면 너는 말라죽는다고 고집했고, 조개는 입만 안 벌리면 너는 굶어죽는다고 버텼다. 그 새 어부가 다가와 두 마리를 한꺼번에 챙겼다.’

조와 연이 싸우는 통에 힘 센 진나라가 어부처럼 득을 본다는 논리다. 흔히 ‘조개와 도요새의 다툼’으로 일컬어지는 얘기다. 그림이 익살스럽다. 텁석부리 사내 거동 좀 봐라. 머리에 해진 갓양태를 쓰고 허리춤에 담뱃대와 쌈지를 찼다. 낚싯대 냉큼 내던지고 살금살금 맨발로 제겨디딘다. 두 놈 가무릴 욕심에 눈 홉뜬 채 팔을 벌렸다. 거니채지 못한 조개와 새, 모지락스레 싸우다 끓는 물에 삶길 신세다.

그림은 화원 출신 이인문이 그렸다. 그는 김홍도와 연분이 깊다. 동갑내기에다 벼슬도 연풍현감을 나란히 지냈고, 기량까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 친구 사이다. 주제를 강조하려고 나머지 화면을 훤히 비우고, 숨죽이며 다가가는 어부를 긴장감 있게 묘사한 솜씨가 어엿하다. 저 가리사니 없는 미물이 딱하다. 한 치 앞을 못 보는 인간도 변변찮기는 마찬가지다.

손철주(미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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