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만  칼럼] 5개 신규채널에 입 다문 집권당과 언론 기사의 사진

“심각한 문제를 모른 체 한다면 폐해가 눈덩이처럼 늘어나 폭탄처럼 쏟아질 것”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면서 우리사회의 편파적 논의 구조가 지나치다는 점에 놀라게 된다. 국회와 언론이 이래도 되는가 하는 질문을 하고 싶은 것이다. 지난 17일 열린 청문회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일말의 의문도 없이 조선·중앙·동아일보 및 매일경제신문에 돌아간 4개 종합편성(종편)채널과 연합뉴스에 돌아간 1개 보도채널 등 5개 신규채널 선정이 공평무사하다고 주장했다. 누구도 무더기 선정에 따른 부작용이나 앞으로의 계획 같은 것은 묻지도 않았다. 진심으로 채널선정에 문제가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방송사업자로 선정된 5개 언론사는 채널 선정이 잘 되었기 때문에 언론의 어젠다가 될 만한 것이 못된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어떤 특혜를 기대하거나 자사 이기주의를 위해서 심각한 문제가 있더라도 모르는 척하는 것인가.

방송 및 광고분야에 대해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5개의 무더기 채널 선정, 특히 4개의 종편 채널 선정은 너무 과해 우리 사회가 수용하기에 상당히 위험한 수준이라는 데에 공감하지 않는 사람이 드물다. 그래서 이런 무더기 선정은 메이저 언론사들이 탈락하면 정권에 해코지를 할까봐 방통위가 백기를 들고 전부 합격시킨 것이라는 분석이 꼬리를 물었다.

이는 지난 연말 신규 방송사업자 선정 발표 직후 제기되었다 사라진 일시적인 의심이 아니라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진지한 이슈다. 여전히 ‘종편재앙설’과 ‘승자의 저주’ 같은 두려운 말들이 오가고 있으며, 미디어그룹을 꿈꾸는 모 기업에서는 4종편 중 간판을 내리는 회사가 나올 것에 대비해 인수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는 소리까지 나돌고 있다.

그렇다면 국회와 언론은 이 문제를 덮어놓고 뭉갤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활발한 논의를 펼쳐야 한다. 문제가 심각해 보이는 데도 정당의 정략과 언론사의 자기 이익을 위해서 말문을 닫는다면 앞으로 폐해는 눈덩이처럼 늘어나 머지않은 장래에 그 폭탄이 국민과 해당 언론사와 국회에 날아오게 될 것이다.

방송의 최대 수입원인 광고 쪽의 얘기를 들어보자. 2010년의 총광고비는 8조원 규모다. 이런 여건에서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광고산업 규모가 갑자기 대폭적인 성장을 할 수도 없다. 광고계에서는 GDP 성장률 연 5%로 적용하여 분석(시계열분석)한 결과 2012년에 총광고비는 8조3000억원, 2014년에 8조43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앞으로 4∼5년 후에도 늘어나는 광고비가 채 5000억이 안된다는 것이다.

이 규모라면 신규 종편 1개, 보도채널 1개의 여력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 터에 내년부터 4개 종편과 1개 보도채널이 가세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현재의 지상파와 케이블TV의 광고를 정체시켜놓고 늘어나는 광고를 신규채널에만 몰아준다고 하더라도 운영이 불가능한 구조다. 게다가 앞으로 지상파 방송사 미디어렙이 신설되거나 직접 판매 방식으로 전환된다면 임팩트가 강한 지상파TV의 광고판매가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는 게 학계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방통위의 설명대로 여론이 다양해지고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미디어가 탄생할지는 미지수다. 아니 회의적이다. 방송사업자 선정 이후 지금까지 해당 언론사의 보도 경향을 보더라도 여론의 다양성이 아니라 여론의 왜곡이 우려된다. 현재 대부분 케이블 방송업자들이 외주제작에 의존하고 있는 것에 비추어 신규 사업자들이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런 점에 동의한다면 앞으로 신규 방송사업자들은 다른 경쟁매체를 괴롭히거나 미디어시장을 뒤흔드는 골칫거리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장 방통위가 앞으로의 구상을 소상히 밝히는 것부터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특혜를 몰아주거나 불공정한 광고시장 개편은 불가능한 세상이다. 종편 선정의 대가로 여론 독과점을 기대한다면 부작용만 불러일으켜 더욱 곤혹스런 상황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수석 논설위원 soon@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