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탁석산의 스포츠 이야기] 김병현, 비극의 영웅에서 스타로 기사의 사진

노스럽 프라이는 ‘비평의 해부’에서 주인공을 중심으로 문학작품을 5가지로 나눈다. 신화, 로맨스, 상위모방, 하위모방 그리고 아이러니가 그것이다. 기준은 두 가지로 다른 사람과 환경이다. 즉 주인공이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고 자신이 처해 있는 환경보다 뛰어나면 신화나 로맨스이고, 사람들보다는 뛰어나지만 환경보다 뛰어나지 못할 경우는 상위모방이며, 우리와 같은 존재이면 하위모방이 되고, 힘과 지성에서 우리보다 못하면 아이러니가 된다고 한다.

영화 ‘반지의 제왕’은 로맨스에 속한다. 마술이 난무해도 하나도 어색하지 않다. 주인공이 다른 사람은 물론 환경보다 뛰어나기에 마술이 일상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상위모방은 서사시나 비극이 되는데 그것은 주인공이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기는 하지만 자연법칙을 지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사시나 비극의 주인공은 현대에서는 영웅이나 스타로 불린다. 영웅은 보통 사람보다 뛰어난 존재다. 하지만 뛰어남으로 인해 결국 비극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스타에는 비극의 분위기가 없다. 뛰어난 능력으로 별처럼 빛나고 사랑 받는다. 그런데 현대에는 어떤 분야에서 영웅이나 스타가 많이 나오는가? 정치인은 아닌 것 같고 더 이상 장군도 아닌 것 같다. 현대에는 역시 스포츠나 연예 분야에서 많이 나오는데 연예 분야에는 영웅보다는 스타가 어울려 보이고 스포츠에는 영웅과 스타가 혼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야기를 장황하게 하는 이유는 상위모방의 비극이 연상되는 야구선수 김병현이 일본 지진으로 일시 귀국했기 때문이다.

김병현은 3년간의 공백을 딛고 지금은 일본 라쿠텐 소속이다. 그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반지를 꼈던 2001년을 생각해보면 우리의 기억에서 많이 사라진 것 같다. 한국 출신으로 월드시리즈에서 두 번이나 우승을 한 경우는 앞으로도 없지 않을까 한다.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9년 동안 841이닝을 던져 54승 86세이브를 기록했다. 특히 2002년에는 8승 3패에 무려 37세이브를 올려 올스타에 선정됐다. 입단 당시 225만 달러를 받아 신인 중 전체 6위였다.

수많은 한국 투수가 메이저리그에 도전했으나 박찬호를 제외하고는 김병현만큼 뛰어난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나는 김병현이 박찬호보다 짧기는 하지만 훨씬 더 인상적 게임을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특유의 성격으로 물의를 일으키면서 거의 칩거에 들어가게 됐다. 그리고 잊혀졌다. 그런 그가 이번 시즌 돌연 일본에서 재기에 나선 것이다.

노스럽 프라이는 주인공이 사회로부터 고립되면 비극이 되고 사회 속에 통합이 되면 희극이 된다고 한다. 희극은 모든 갈등이 해소되고 웃음으로 마무리되는 반면 비극은 주인공의 죽음으로 고립이 완성된다. 김병현이 비극의 영웅이 아니라 스타로 거듭 났으면 좋겠다.

탁석산 철학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