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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라동철] 세시봉 친구들

[데스크시각-라동철] 세시봉 친구들 기사의 사진

1960∼70년대 서울 무교동의 음악감상실 세시봉에서 활동했던 가수들을 요즘 ‘세시봉 친구들’이라고 통칭한다.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조영남 등이 주역이었는데 이들은 당시 대학가를 중심으로 유행했던 포크음악의 스타였다.

이들이 이상벽과 함께 지난 2월 중순부터 진행해 온 전국 순회 콘서트가 뜨거운 호응 속에 순항하고 있다. 창원을 시작으로 부산 대구 수원 청주 등으로 이어진 콘서트는 매진사례 속에 축제의 한마당을 만들어가고 있다.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는 아이돌 스타들이 부럽지 않다. ‘세시봉 친구들 콘서트’는 26일 의정부를 비롯해 울산 서울 서귀포 전주 대전 등 전국 각지에서 잇따라 열릴 예정이다.

‘세시봉’으로 대변되는 60∼70년대 포크음악들이 지금에 와 새삼 재조명을 받는 이유는 뭘까. 지난해 추석 때 지상파 TV 예능 프로그램이 방송한 세시봉 특집에서 멤버들이 들려준 노래와 이야기는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빼어난 노래 실력과 자기 음악에 대한 자신감에서 묻어나는 ‘내공’,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 멤버들 간 우정 등 이들의 모습은 잔잔한 감동의 물결을 일으켰다. 이렇게 시작된 ‘세시봉 열기’는 올 설 연휴 특집방송으로 이어졌고, 다시 전국 투어 콘서트로 발전했다. 콘서트에는 중장년층은 물론이고 젊은층도 많이 눈에 띈다니 반가운 일이다.

맏형격인 조영남씨는 얼마 전 인터뷰에서 “요즘의 인기는 잠깐일 뿐”이라고 말했지만 세시봉에 쏠린 뜨거운 관심은 동맥경화에 빠진 우리 가요계에 신선한 바람이었다. 케이블 채널 Mnet ‘슈퍼스타K 2’의 성공과 MBC ‘위대한 탄생’,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 등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와 맞물리면서 대중의 관심은 포크음악은 물론이고 80∼90년대 가수와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로까지 확산됐다. ‘세시봉 친구들’의 노래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불린 노래들이 음악 사이트 인기 차트 상위권까지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이를 두고 아이돌 그룹과 댄스음악이 주도하는 가요계에서 소외감을 느껴온 중장년층이 ‘세시봉’을 통해 자신들의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고 있다는 해석들이 나왔다.

우리 대중음악 시장은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 멜론, 도시락, 벅스뮤직 등 주요 음악 사이트의 차트 상위권은 아이돌 그룹이, 장르로는 댄스와 발라드 음악이 휩쓸다시피 하고 있다. 방송사의 주요 가요 프로그램들도 음반과 음원의 주소비자인 청소년층을 겨냥해 아이돌 일색으로 출연진을 구성한다. 대형 기획사들이 주도하고, 방송사들이 추종한 이런 흐름은 고착화돼 가는 추세다. 아이돌의 인기가 높은 일본도 음악시장이 우리처럼 편중돼 있지는 않다. 록·팝 가수와 다양한 장르의 노래들이 음악 차트 상위권에 비교적 골고루 자리잡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시봉 열기’는 우리 가요계에 희망을 제시한다. 천편일률적인 음악에서 벗어나 여러 세대가 다양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아이돌 그룹이나 댄스 음악을 결코 폄하하는 게 아니다. 소녀시대, 카라, 빅뱅, 동방신기 등 우리 아이돌 그룹들이 일본과 동남아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케이팝(K-POP)을 알리고 신한류를 주도하고 있는 건 자랑스러운 일이고 높게 평가할 일이다. 그렇지만 음악시장이 지나치게 이들 위주로만 흘러가는 것은 문제다.

어느 장르 음악이 더 좋다고 말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장르 간에 우월이 있을 수 없다. 어느 장르를 좋아하는지는 개인 취향의 문제다. 포크, 록, 트로트, R&B, 힙합, 발라드, 댄스뮤직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공존하면서 각자 취향에 맞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시장이 바람직하다.

방송이 특정 장르 편중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담아낼 필요가 있지만 소비자와 뮤지션들의 몫이 가장 클 수밖에 없다. 문화 소비에 익숙하지 않았던 중장년층이 좋아하는 음악에 적극적으로 지갑을 열고 지지를 보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세시봉 열기’는 결국 조영남씨가 우려했던 대로 ‘반짝 인기’에 그치고 말 것이다.

라동철 문화과학부장 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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