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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이어 ‘세계서 가장 우수한 글자, 한글 선정’도 루머… 국정교과서, 검증 없이 실린다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글자, 한글’이란 제목으로 초등학교 국정교과서에 실린 내용이 인터넷에서 나돌던 유언비어로 밝혀졌다. ‘아리랑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곡 1위에 선정됐다’는 인터넷 루머를 옮겨놓은 글과 같은 교과서, 같은 페이지에 수록돼 있다.

초등학교 4학년 ‘도덕 4-1’ 114쪽에는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글자라며 네 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본보 취재 결과 그중 세 가지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였다.

①‘세계 언어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학술회의에서 세계 공용 문자로 쓰이면 좋겠다고 선정한 글자가 한글’이라는 대목은 1996년 KBS 다큐멘터리 ‘한글 발표 550돌 기념-세계로 한글로’에 소개된 내용이라며 인터넷에 유포돼 있다. 하지만 25일 국회도서관에 소장된 이 다큐멘터리 필름을 확인한 결과 이런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 제작을 맡았던 양원석 PD는 “한글이 훌륭한 문자라서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다, 모든 음성을 표현하기 편해 세계화에 유리하다 등이 주 내용이었다. 세계 공용 문자 얘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②‘옥스퍼드가 한글을 제일 우수한 문자로 뽑았다’는 내용에 대해 국립국어원은 “2007년 옥스퍼드에 문의했으나 ‘누가 그런 랭킹을 매겼는지 모르겠다’는 답변을 받았었다”고 밝혔다. ③‘유엔이 문자가 없는 민족에게 한글을 제공하고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유엔이 직접 나서서 한글을 보급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얘기”라고 했다.

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이복례 한국교원대 부설 월곡초등학교 교사는 “집필진이긴 하지만 여러 사람과 함께 수정 작업을 거쳤기 때문에 어떤 자료를 인용했는지 현재로선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5일 ‘아리랑 유언비어가 교과서에 실렸다’는 본보 보도(3월 25일자 1·21·22면)와 관련해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신강탁 교과서기획팀장은 “집필진은 인터넷신문 OSEN 기사와 매일신문 칼럼을 보고 인용했다고 한다”며 “여러 방법으로 이 내용의 근원지를 확인해 보고 있는데 현재로선 찾기가 쉽지 않다. 최대한 확인한 뒤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신 팀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그 페이지의 수정 자료를 만들어 각 학교에 배포해 그걸로 가르치도록 안내하고, 내년도 교과서를 만들 때 바뀐 내용을 반영할 것”이라고 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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