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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탁석산의 스포츠 이야기] 승패에 미치는 감독의 역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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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이저리그는 한 시즌 162게임을 하는데 감독의 역량에 승패가 좌우되는 시합은 5게임 정도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처음에는 그 정도밖에 안 된다면 아무나 감독을 해도 괜찮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실제 성적을 보니 지구 우승이 한두 게임차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다섯 게임이면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능력 있는 감독을 찾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농구는 어떨까? 이번 시즌 KT는 41승 13패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는데 2위 전자랜드와 3게임차였다. 지난 시즌은 게임차 없이 동률이 되기도 했고 몇 년간의 성적을 보아도 5게임을 벗어나지 않았다. 50게임 남짓한 농구와 160게임이 넘는 야구를 비교해 보면 농구에서 감독이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크다고 생각할 수 있다.

1982년 아시안게임 중국과의 결승에서 방열 감독은 예상하지 못한 작전을 지시한다. 지공작전이었다. 당시 중국은 한국이 넘기에는 너무나 강했다. 특히 공격력이 위력적이었다. 방 감독은 중국이 공격권을 많이 얻을수록 득점을 많이 할 것이라 생각해 득점 기회 자체를 줄이는 방책을 택했다. 30초를 충분히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득점에 실패해도 상대의 공격 기회를 줄이기 때문에 손해될 것은 없었다. 그런데 상대는 지공작전에 말렸다. 한마디로 답답했던 것이다. 리듬이 깨졌고 서두르다보니 실책을 하게 되었다. 작전 덕에 한국은 우승했다.

전창진 KT 감독이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였다. 2년 전 꼴찌 팀을 맡아 올해 확실하게 우승시켰다. 팀을 바꿔서 우승하기는 힘들다는 선례도 깼다. 전 감독의 남다른 경력이 많이 이야기된다. 그런데 나는 전 감독이 아시안게임과 같은 단기전이 아닌 장기전에서 5번이나 감독상을 받았다는 데 더 가치가 있다고 여긴다. 장기전에서는 깜짝 전술이 통하지 않는다. 1969년인가 70년인가 김영기 감독이 국가대표를 이끌고 우승을 하였는데 후보 선수를 먼저 내세워 혼란을 야기하고 상대 주전 선수들의 반칙을 유도해 결국 이겼다고 한다.

이 작전이 훌륭해도 장기전에서는 별 효력이 없을 것이다. 선수 때에도 많은 게임을 함께하고 코칭스태프로 함께 일한 경우도 있기에 서로를 너무나도 잘 안다. 그렇기에 장기전에서 우승하려면 반짝 전략 이외의 그 무엇이 필요할 것이다. 나는 그 무엇이 인간에 대한 이해라고 생각한다. 전략 수립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잘 이해해야 팀을 하나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전 감독이 코트 밖에서는 누구보다도 자상한 형이라고 하니 나름의 인간이해 방식이 있는 것 같다. 이제 프로농구 4강전이 시작된다. 단기전에서도 놀라운 전술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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