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배준호]  정년연장, 민간근로자라고 미룰 건가 기사의 사진

정년연장 논의가 다시 미뤄졌다. 이 문제를 1년여 검토해온 베이비붐세대고용대책위원회(베이비붐위원회)가 성과를 못 내고 지난 23일 활동을 마감했다. 베이비붐위원회는 근로자, 경영자, 정부, 공익 대표 등이 모인 노사정위원회의 하부 위원회로 임금피크제 도입과 근로시간 유연화도 논의하였다. 합의 결렬의 배경에는 ‘정년연장은 청년실업 문제 해결의 걸림돌’이라는 정부의 인식과 이에 따른 미온적 대응이 있다. 직급과 직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정년은 기본적으로 공무원 60세(6급 이하는 2012년부터) 공기업 58세다. 공기업에서는 임금피크제 등을 도입하여 60세로 올리려 하고 있다. 민간기업 근로자는 명목상의 평균정년은 57세지만 실제로는 53세다. 공무원과 공기업 근로자보다 5세 내지 7세 정도 일찍 퇴직하는 셈이다.

60세 정년 의무화해야

서구처럼 퇴직 후 생활이 보장되면 조기퇴직은 환영할 일이다. 이들 나라 근로자들은 퇴직연령 연장에 강하게 반발한다. 지난해 9월부터 11월에 걸쳐 일어난 프랑스의 대규모 파업시위가 대표적이다. 이에 비해 퇴직 후 생활이 보장되는 우리의 중고령층은 일부에 불과하다. 국민연금연구원(2011년) 조사에 따르면 50대 중 노후생활비 준비자는 43%에 머물고 있다. 상당수가 자영업이나 미취업으로 경제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능력이 출중하나 일터를 얻지 못한 청년실업자 대책이 먼저 거론될 수는 있다. 그러나 사회안정도 제고와 장기적인 재정부담 감소 면에서는 중고령층의 고용연장이 훨씬 중요하다. 개인 차원의 질병과 생활고 위험에의 노출은 물론 사회적 위험도 측면에서도 청년실업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금년부터 퇴직기에 접어든 712만명의 베이이붐 세대 중 상당수가 이 같은 위험에 노출되어 정년연장 등 대책이 시급하다는 사실이다. 일본은 이미 2006년 개정 고연령자고용안정법을 실시하여 2013년 3월말까지 단계적으로 65세까지 고용연장을 의무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60세 정년을 권장만 할 것이 아니라 노후 안정성 보장이라는 차원에서 60세 정년 의무화를 실시하는 게 옳다고 본다.

통계청(2010년)에 따르면 50대 가구의 연금을 제외한 순자산 평균 3억원 중 79%가 주택 등의 부동산이고 금융자산은 19%이다. 노후의 부동산 유동화 비율이 높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생활비 조달에는 금융자산과 연금이 절대 긴요하다. 그런데 50대 중 절반 이상은 장래 무연금자나 저연금자로 전망된다.

조기퇴직자 중 일부가 자영업자로 취업전선에 남지만 상당수는 오히려 저축을 까먹는다. 이것이 두려워 국민연금의 조기노령연금에 손을 내미는 이들이 늘고 있다. 국민연금은 60세 지급이 원칙이지만 55세부터 받을 경우 60세 지급시의 70%가 나온다. 근로능력이 남아 있는 중고령기에 5년 더 받는 대가로 정작 돈이 필요한 고령후기 내내 적은 연금을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선진국은 조기노령연금 지급을 제한하고 있다. 미국, 영국, 스웨덴, 일본에는 관련 제도가 없고 독일과 프랑스는 한정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고임금 再배분해 재원 충당

정년연장의 해법, 늘 그렇듯 임금보상의 재배분에서 찾아야 한다. 정규직 근로자(공무원 포함) 임금은 상대적으로 높다. 특히 금융과 교육 등 서비스업은 생산성에 비해 턱없이 높다. 이들 부문에 배분되는 보상의 일부를 비정규직 근로자 처우개선, 청년층 신규고용, 중고령층 고용연장 재원으로 돌려보자. 정규직 임금인상의 자제, 교원보수의 상대적 인하, 금융업계 과세 강화로 재원을 확보하여 고용 및 임금 보조금으로 활용하자. 필요하다면 노사정위원회 틀을 넘어서는 큰 판을 짜야 한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2011년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GCI)은 22위다. 그런데 노사협력은 138위(꼴찌에서 두 번째), 고용경직성 90위, 채용해고행위 115위에 머물러 있다. 해법은 자명하지 않은가.

배준호 한신대 교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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