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기 칼럼] ‘전세재앙’ 부추기는 유혹 기사의 사진

“정략적 발상으로 시장이 요동치면 재앙에 직면한 세입자의 분노가 솟구친다”

4·27 재·보궐선거가 다가오면서 정치권에서 전월세 상한제가 민생안정 대책의 하나로 다시 거론되고 있다. ‘전세대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집 구하기가 어렵고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형편이니 국회가 나서서라도 무언가 제도적 안정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란다. 당초 민주당에서 제시한 전월세 상한제는 세입자가 요구할 경우 현행 2년의 전세계약 기간을 대폭 늘리고 연 5%의 전월세 인상 상한선을 두어 이를 초과하면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게 골자다.

민주당은 전월세 상한제를 당론으로 정했으나 한나라당이 부작용만 크고 실효성은 떨어진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 수면 아래로 잠복하는가 싶었는데 재·보선이 또 변수다. 판세에서 흔들리는 한나라당이 전월세가 급등한 지역을 주택임대차 관리지역으로 지정, 임대료 상한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겠다며 모호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정부는 물론 대부분 학계 전문가들도 전월세 상한제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다. 이 제도는 사적 자치를 침해할 뿐 아니라 시장 기능을 왜곡 또는 위축시키고 임대료 상승과 공급부족 사태를 불러와 오히려 세입자에게 큰 부담을 안겨줄 것이라고 걱정한다.

우리 국민의 거주 형태는 자기 소유 집이 대략 55%, 전월세가 45%이며 전월세는 다시 민간임대 40%, 공공임대 5%로 파악된다. 임대주택 시장에서 민간이 차지하는 몫이 압도적인 구조라서 민간 시장을 잘못 규제했다가는 감당하기 어려운 부작용을 가져올 우려가 크다.

전세는 부동산 소유자가 일정한 돈을 받고 임차인에게 부동산을 사용케 하되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계약 금액을 돌려주는 제도로 외국에선 보기 드문 독특한 부동산 임대차 형식으로 꼽힌다. 당장 목돈이 부족한 신혼부부나 서민들이 전세로 살림을 시작한 다음 차츰 돈을 모아 내집을 마련하도록 도움을 제공하는 긍정적 측면이 적지 않다.

그러나 전세가로만 따진다면 집주인의 투자 대비 수익률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1억원을 들여 집을 사 5000만원에 전세 놓았다면 단순 계산한 수익률은 시중 금리의 절반에 불과하다. 관련 연구기관 분석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의 경우 연간 수익률로 볼 수 있는 자본환원율(기초자산 대비 순영업소득 비율)이 전세는 평균 1.9%, 월세는 3.3%에 그쳐 미국(5∼8%) 등 해외 시장에 훨씬 못 미친다.

그동안 전셋집이 비교적 원활하게 공급된 배경은 낮은 임대료 수익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오른다는 기대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집값이 안정되거나 오히려 하향 조짐을 보이고 은행 금리는 바닥을 기는 여건에서는 전세 공급이 줄어들게 마련이다. 더구나 부동산 시장에 찬바람이 불면서 전체 주택공급 물량은 몇 년째 떨어지고 토지주택공사(LH)는 빚더미에 짓눌려 공공부문에서 공급 확대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민간임대 지원 대책을 내놓아도 모자랄 판국에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면 시장은 요동칠 게 뻔하다. 1989년 세입자 보호를 명목으로 전세계약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됐을 당시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전세 가격은 1989년 22.3%, 이듬해 20.9% 급등했다. 상한제 도입을 강행할 경우 장기적으로 전세주택 공급이 감소하는 것은 물론 기존 전세 주택은 빠르게 월세로 바뀌어 전세시장 자체가 붕괴할지도 모른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전월세 상한제를 주장하는 정치권이 이런 물정을 모른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정치인들이 도입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이념에 입각한 주장이나 표를 노리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설명할 수밖에 없다. 재·보선을 앞둔 영악한 야당이 민생안정을 위해 꼭 필요한 대책이라고 선전하면 속없는 여당이 끌려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정치권의 무책임한 언동으로 전세 시장이 걷잡을 수 없게 흔들리면 세입자들에게 대란 수준을 훨씬 넘어선 재앙이 닥치고 이는 정치권에 대한 극도의 불신으로 연결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현명한 선택을 촉구한다.

편집인 kimsong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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